[박상연 칼럼]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전국의 여러 지방의회가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금품이 오가고, 목숨까지 끊는 등 혼탁양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경북 예천군에서는 의장선거를 지지해달라며 동료 의원들에게 돈을 건넨 군의원이 경찰 조사를 받자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북 남원시의회 A의원은 의장선거때 지지해달라며 동료의원에게 5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북도의회 일부 도의원들은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5개 상임의원회에 행사 찬조금을 돌렸다는 제보가 들어와 선관위가 조사중이다. 충남 논산시의회에서는 원 구성과정에서 금품이 살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충북의 경우도 의장단 구성을 둘러싼 감투싸움이 치열하다. 제천시의회는 새누리당 내 초·재선 의원들의 편 가르기와 이합집산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괴산군의회는 의장 선출을 놓고 외부단체의 입김이 작용하는 등 내홍을 겪었고, 옥천·영동군의회는 의장·부의장을 민주통합당이 싹쓸이해 새누리당의 반발을 샀다.

청주시의회는 아예 문을 닫았다. 청주시의회는 부의장 선출 '합의투표' 관행이 깨져 후반기 개원 초부터 파행을 빚고 있다. 각 당이 사전 조율을 통해 부의장 후보를 새누리당 박상인 의원으로 합의했으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박 의원 대신 최광옥 의원에게 표를 몰아줘 부의장 자리가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발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점거,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상임위장단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파행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00년 충북도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B의원이 동료의원 2명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각각 2천만원을 전달했던 사실이 드러나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또 그해 청주시의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7명의 시의원들이 C의원으로 부터 황금열쇠를 받았다 되돌려준 것이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지방의회 4년 임기중 유독 후반기 원 구성과정에서 치열한 감투싸움과 특정정당 자리 나눠먹기, 담합, 밀실거래가 많다. 이는 지방의회 의장단이 받는 예우는 물론 정치적인 입지 강화 등 부차적인 이익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광역의회는 의장에게 매월 업무추진비로 420만원, 부의장에게 210만원을 준다.

기초의회도 의원수에 따라 의장에게 월 190만∼220만원, 부의장에겐 85만∼105만원의 업무추진비가 지원된다. 게다가 의장에게는 수행원과 전용 관용차까지 제공하며 단체장과 같은 수준의 예우를 해준다.

일단 의장단이 되면 같은 동료 평의원에 비해 수직적인 신분 상승과 돈, 명예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여기에다 의장단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과 공무원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커진다.

이 보다는 정치적인 위상이 높아져 향후 광역의회,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에 진출하는 교두보 마련이 쉬워진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임기 4년중 후반기 2년의 의장단이 탐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결국 지방의회가 대의기관으로 주민을 대표하여 집행부 감시·견제 역할 보다는 각종 특권에만 몰입, 풀뿌리 민주주의를 썩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의정비 인상, 보좌관 도입 등 자기네 특권을 위해서는 똘똘뭉친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던 19대 국회가 방탄국회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듯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동료 지방의원을 보호하는 본능 또한 국회를 빼닮았다.

최근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의사봉을 빼앗는 '막장 의회', 원 구성은 하지않고 놀고 있는 '식물 의회', 민생을 외면하고 있는 청주시의회가 국회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그러니 한달 지각 개원한 국회가 세비(歲費)반납을 결의한것 처럼, 의정활동을 중단한 청주시의회가 의정비를 반납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결코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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