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힐링(Healing)' 열풍이 불고 있다. 힐링(Healing)은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단계중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결핍욕구와 존재욕구를 채우는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점검하고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는 것, 그 것이 곧 '힐링'이다.

TV프로그램 '힐링캠프'가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까지 출연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데 이어 힐링 마케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요가와 달리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힐링요가가 나오고, 자연을 거닐며 심리치료사와 동행하는 힐링 여행상품도 등장했다. 삼림욕 등 자연에서 치유하는 에코힐링은 물론 여름 휴가철 '힐링 휴가지' 마케팅도 뜬다. 청주지역 대학의 평생교육원에도 심리상담사 과목은 수강생이 넘칠 정도로 인기다. 여기 모인 수강생들은 자격증 취득보다 자신과 가족의 지치고 아픈 마음 치유가 우선이다.

이미 독서계에는 힐링서적인 '스님 책' 열풍이 거세다. 혜민 스님의 책은 15주째 1위를 지키고 있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즉문즉설 강연으로 유명한 법륜 스님의 스테디셀러 '스님의 주례사', 비구니 DJ로 유명한 정목 스님의 책 '달팽이가 느려도 느리지 않다'는 10위권내 올라있다. 혜민 스님은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에서 양극화 속에서 청년들은 등록금문제, 실업문제,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불안으로 힘들어 하고 있고, 높은 이혼율과 자살률을 반영하듯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고통받고 외로워하고 있다고 말한다. 편안한 멈춤 속에서 자연스럽게 아픈 마음을 달래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역설한다.

TV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한 법륜 스님은 진행자(여자)가 결혼에 대해 남자보다 눈이 높은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라고 묻자, "눈을 내리깔면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둘 다 덕보려도 결혼을 할 경우 누구 한 사람은 덕을 못보기 때문에 누구 하나는 시집(장가)을 못갔다고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덕을 주려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면 후회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기분 좋은 것이 행복이고 기분 나쁜 것이 불행"이라고 단정했다. 행복과 불행은 늘 항상 움직이기에 행·불행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평화로운 상태가 진정한 행복이라고 답했다.

힐링 산업이 커지는 것은 혹독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많은 현대인들이 외로움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늘 마음속에는 불안과 걱정, 불행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보건연구원의 'OECD 국가의 삶의 질의 구조에 관한 연구'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4.20점으로 전체 34개 국가 중 32위에 머문 것도 정신건강과 무관치 않다.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부(副)의 극심한 편중 심화로 극빈자 수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불안한 탓이다.

행복감 못지 않게 정서적 불안이나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자 실태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14.4%(519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적 문제의 주요인은 학교 폭력과 치열한 입시 경쟁, 취업난, 생활고로 인한 가족 해체 등 사회 병리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급기야 정부가 내년부터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검진을 하겠다고 한다. 개개인의 마음건강도 국가가 치유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치유는 상처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상처를 어루만질수 있는 '힐링열풍'은 경제불안, 사회양극화,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 등 팍팍한 한국사회를 반영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혼돈속에 아픈 상처와 지쳐가고 있는 국민들은 '힐링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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