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인사·고위 공직자, 기업·사업가들이 점집으로 몰리고 있다. 어느 쪽 줄을 잡아야 좋을지를 결정하는데 역술가들의 도움이 필요해서다. 특히 대선 예비주자들은 이미 얼굴이 알려져 있어 가족이나 지인 등을 통해 은밀히 자신의 사주를 넣어 점을 보고 있다고 한다.

점(占)은 대표적인 '불안상품'이다. 요즘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사주나 관상, 점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욕망이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사주팔자에 대한 최초의 공식적인 기록은 조선왕조의 법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경국대전이다. 경국대전에 보면 전문적으로 사주팔자를 보는 사람을 국가에서 과거시험으로 선발했다는 기록이 나타난다. 과거시험중 잡과(雜科) 가운데 사주팔자에 능통한 자를 관료로 채용하는 과목인 명과학(命課學)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당시 궁궐안에서 근무하는 명과학 교수의 업무 가운데 중요한 일 하나가 왕자들의 사주를 보는 일이다. 사주를 참고해서 왕권을 이어받게 될 왕자를 결정했던 것이다. 이처럼 조선시대 사주팔자는 개인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점술이기도 했다.

동양사상 연구가 조용헌 교수는 '사주명리학 이야기'에서 점은 70%는 맞는다고 주장한다. 사주명리학은 반복의 원리에 기초해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밤과 낮, 그리고 사계절, 그 다음에 1년 12달의 주기에서 유래한 것이 12지(支)다. 봄이 온 후에 여름이 오듯, 늘 변함없이 반복되는 자연현상을 이론화해 다가올 일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토머스 키다의 저서 '생각의 오류'에서는 점성학자나 심령술사들이 미래를 예언한 것은 딱 들어맞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발생한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수많은 예언 가운데 적중한 것만 기억하고 빗나간 예언을 잊어버리려는 '생각의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점성술사들의 예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그냥 짐작만으로 충분히 맞출수 있는 확률로, 예측 정확도는 우연의 정확도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래 기대치의 욕구로 나타나는 것 중에 비슷한 게 '로또'가 있다. 로또의 당첨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벼락을 두 번 맞을 확률보다 낮다. 평생 당첨 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이런 확률이라면 사실 시도해볼 가치조차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언론에 로또 당첨자 얘기가 자주 나오다보니 주변에 당첨된 사람이 많은 것 같고, 확률도 높다고 착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생겨난다.

로또가 인생역전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살인, 자살, 파산, 정신병 등 '로또의 저주'도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23일 광주에서는 로또를 맞은 당첨금을 사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하고, 지인에게 사기까지 당해 빈털터리 신세가 되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지난달 25일 인천에서는 로또 당첨금을 허락없이 썼다는 아내를 수십차례 폭행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로또 1등 당첨후 아내와 이혼을 준비중이다.

심리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로또에 당첨돼 갑자기 불어난 재산으로 인한 행복감은 고작 9개월이다. 반면 로또는 어렵게 당첨됐어도 공짜 심리가 작동해 돈을 흥청망청 쓰게 돼 금세 쪽박을 차게 된다고 한다.

요즘같이 점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로또 명당이 인기를 끄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미리 알아보거나 인생을 바꿔보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해서다. 더구나 불황이 지속되고 사는게 불안하고, 스펙만이 강조되는 사회구조속에서 약자들은 로또 한방에 인생 역전을 꿈꾼다. 하지만 지나친 욕망과 집착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점을 보든 로또를 사든 행운에 목숨걸지 말고 그냥 재미삼아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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