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2012년 런던올림픽이 막을 내렸지만 국민들 가슴속에는 진한 감동이 남아있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4강의 신화를 만들어낸데 이어 3, 4위전에서 일본을 2대 0으로 물리치고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출전선수들의 불꽃 투혼은 밤잠을 설쳐가며 경기를 관람하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열대야를 잊게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런던올림픽은 펜싱 신아람의 '멈춰버린 1초'처럼 명백한 오심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오심도 많았던 올림픽이었다. 수영의 박태환, 유도의 조준호는 오심으로 고개를 떨궜고, 부상투혼에도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울음을 터트려야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대부분 결과에 승복할 수 밖에 없다. 경기에서 규칙과 심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경기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올림픽 감동의 원천은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과 땀,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승자는 물론 패자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런던올림픽의 승전보는 우리에게 환희와 감동을 안겨주는 동안 정치권에서는 공천헌금 파문으로 국민들을 피로와 절망감에 빠져들게 했다.

새누리당 공천 헌금사건의 내막이 속속 드러나는 등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진실게임을 벌이고, 새누리당은 해당 의원들을 제명시키며 꼬리자르기 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정작 겉으로는 개혁공천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달리진게 없는 것이다.

대선 예비후보 경선과정은 더티플레이 연속이다. 경선과정에서 감동은 커녕 오심도 많고, 심판도 매수당하고, 야합하고 도무지 페어플레이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짜증과 무관심으로 야유를 보내고 있다.

이젠 우리 정치도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한다.

우선, 규칙의 중요성과 공정경쟁의 모습이다. 정치 현실에서는 반칙이 비일비재하다. 제19대 국회는 개원 약속을 어기고 한달 늦게 개원했다.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겠다던 호언장담은 방탄국회로 물건너 갔다.

민주당의 방탄국회 소집, 부정선거와 법범(犯法)으로 얼룩진 통합진보당, 새누리당 경선 룰 샅바싸움 등 현실 정치는 반칙이 판을 친다. 그러나 스포츠 경기에서는 올림픽 배드민턴 져주기 게임처럼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즉시 퇴장을 당한다.

둘째는 변화와 개혁이다. 정치가 국민들의 정서를 전혀 읽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치의 뿌리깊은 불신은 현 5년간 보수정권의 부도덕성과 앞선 10년간 진보정권의 무능함의 결과다. 그런데도 여야는 시대의 변화를 못읽고 '안철수 현상'을 애써 무시하려하고 있다.

스포츠에서는 시대(경기)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곧 패배다.

올림픽에서 한국의 펜싱은 빠른 발동작으로 신체적 열세를 극복했고, 30여년 세계를 제패한 양궁은 창의적인 훈련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한 결과다. 체조 금메달 영웅 양학선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최고난도 기술을 개발, 차별화에 성공했다. 정치든, 스포츠든 성공을 위해서는 시대흐름에 맞는 개혁은 필수다.

셋째는 소통의 리더십이다. 올림픽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화제다.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수평적 소통을 이뤄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홍 감독은 선수들과 호흡하며 무한신뢰를 쌓고 소통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그것이 영국에 이은 일본전 승리의 산물이다.

우리 정치는 어떤가.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오로지 결과에만 매달려 자신들에게 불리한 여론에는 귀를 막아버린다. 선거에서 심판은 엄연히 국민이라는 사실인데도 말이다.

런던올림픽에서 위상이 한층 높아진 한국 국민들은 잘못된 구태와 관행에서 탈피해 깨끗한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올 대선에서는 당당히 경쟁하지 않고 꼼수를 부려 규칙을 위반하거나, 오심을 유도하는 정치인들은 실격처리나 퇴장시키는 규칙이라도 정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