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안철수의 생각'이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책에는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이 담겨있다는 평가다.

그는 책에서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부조리한 정치시스템을 비롯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불합리한 경제구조,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 서민들에게 희망이 차단된 사회시스템과 같은 낡은 시대정신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 안 원장이 TV힐링캠프에 출연해서 던진 메시지는 정의와 복지, 평화다. 그가 말했듯이 '자살률 최고'는 현재가 없음을 의미하고, '출산율 최저'는 미래가 없음을 의미한다. 지금의 한국사회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다.

다른 대선 주자들 모두가 복지, 정의, 경제민주화를 주창한다.

하지만 안 원장의 말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은 '신뢰성' 때문이다.

국민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명을 바꾸고, 사상 최고의 득표율(84%)로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당선되었지만 정치적인 비전은 현 집권세력의 연장 선장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또 민주당은 박근혜 후보에 대항할 수 있는 정도의 대중적인 지지를 얻지 못해 안 원장만 쳐다보고 있다고 본다.

반면 안 원장은 중도층·무당파의 주목을 받으며 지지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대중들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의 표출로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 냈다. 이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현실, 우리 정당정치가 처한 위기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대중들은 이미 '안철수 현상'을 통해 그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학교수 전문가 모임인 '한국비전2050포럼' 소속 교수 52명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안철수 교수는 국민에게 발견된 대선후보"라며 안 교수에 대한 지지의사를 천명했다.

또 중앙선관위는 안철수 원장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의 기부행위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정치권, 선관위도 이미 안 원장을 사실상의 대선후보로 규정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안 원장은 본인이 직접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적이 없다.

안 원장은 "책을 읽은 후에도 지지자들이 나를 원한다면 본격적으로 출마를 논의할 것"이란 말로 얼버무렸다. 그가 출마여부를 놓고 망설이는 동안 국민들은 가슴을 졸이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혼자 장외에서만 대선 행보를 보이는 그가 출마를 할 것인지, 야권 연대에 참여할 것인지, 새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 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는 '책' 속에서 드러난 시대정신을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또 그런 생각들은 정치현장에서 어떻게 실천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때문에 조직화된 정치세력도 없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많다.

서울대 교수와 재학생이 펴낸 '서울대생들이 본 2012년 총선과 대선전망'에서 "안 원장은 출마를 할지 말지를 모르는 애매한 사람"이라는 지적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안 원장에게 "국민들이 책을 읽고 찬성하는 사람이 많으면 출마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하겠다"는 뜻인지 되묻고 싶다.

유력한 대선후보가 출마시기를 늦춰 검증할 시간과 방법이 줄어들도록 하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과 대선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우리 보다 한달 정도 먼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미국은 대선후보 TV토론회가 이미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되었고, 올 1월 공화당 예비선거가 끝났다.

대통령 후보 검증기간이 무려 1년 6개월이나 된다. 우리의 경우 후보자 검증기간이 짧아 검증 소홀로 인해 국정운영에 실패하는 우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된다. 그러니 안 원장이 대선에 나선다면 공식 출마 선언후 떳떳하게 국민들로부터 검증을 받는게 순서다. '안철수의 생각'은 생각일뿐 출마 선언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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