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소통 아이콘'이 대세다. 소통(疏通)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한다는 뜻이다. 소통은 인간관계에서 생명과도 같아 막히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소통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이 기본. 그만큼 공감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소통이 강조되는 이유는 하나다. 역설적으로 소통사회가 아니라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소통부재로 인한 국민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의원이 세비를 몰래 올린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것도 18대 국회에 비교해서 20%, 지난해보다 16%나 인상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고, 무노동무임금을 실현하겠다던 19대 국회가 세비를 국민들 몰래 20%나 도둑 인상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을 할 수 있을까.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과의 소통이 잘 안되는 이유는 그들만이 갖고 있는 특권의식 때문이다. 스스로 맘만 먹으면 뭐든 할수 있다는 권력과 권위의식은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 독단적인 정치를 하도록 만든다.

최고의 권력을 갖고 있는 대통령 자리는 더 하다. 역대 거의 모든 정권에서 조차 국민들은 '대통령은 불통' 이미지를 갖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불통 대통령', 청와대는 '불통대'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소통과 거리가 먼 대통령으로 각인되고 있을 정도다. MB정권의 회전문 인사와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불통이나 다름없다.

국민들의 소통에 대한 열망은 차기 대통령의 아이콘을 '소통'으로 만들어 놓았다.

동아시아리서치, 한길리서치, 중앙일보, SBS가 지난달(20일∼23일) 전국의 유권자 패널 1천4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패널조사에서 국민이 바라는 차기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소통'으로 조사됐다. 유권자의 46.4%가 '국민과 소통을 잘하는 대통령'을 꼽은 것이다. 또한 후보자별 소통능력은 안철수 원장이 6.6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문재인 후보(6.0점), 박근혜 후보(5.8점)순이었다. 즉 박 후보는 대선까지 국민과의 소통 문제가 발복을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 후보가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통령이 돼서는 안될 인물 1위'로 꼽힌 이유가 '독선과 불통'이미지 때문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 후보의 공통점으로 '불통'을 꼽기도 한다.

그렇다고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안 원장의 소통방식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까지 대한민국 '소통의 아이콘'으로 인기몰이를 하던 안 원장도 취재진들이 가장 만나기 어려운, 소통이 안되는 인물로 점차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중의 하나인 그는 "대통령이 목표가 아니다. 단 한번도 대통령이 나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해 어리둥절케 한 것도 국민감정을 이해못하는 소통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국민경선은 정작 국민과의 소통을 이끌어내지 못해 감동은 커녕 '패거리 정치'로 전락,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누구든 연말 대선에서 소통이 뒤처지면 실제 선거에서도 패배가 분명하다.

얼마전 국가경영전략연구원과 중앙일보가 '대학생들이 바라본 대통령의 자격' 토론회에서 '대통령의 자격' 키워드 1위로 '대통령은 을(乙)이다'를 꼽았다. '대통령은 을이다'로 표현되는 대통령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차기 대통령은 슈퍼 갑(甲)이라는 의식을 전복시켜, 자신을 국민이 고용한 5년 단임의 비정규직으로 여기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대통령이 절대권력과 권위의식을 버려야 사회적 양극화, 세대갈등이 해소되고 청렴사회가 될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치 지도자의 덕목은 낮은 자세로 국민을 바라보는 수평적인 소통인 셈이다. 국민이 갑(甲)이고 대통령은 을(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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