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박상연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누구나 친구를 만나면서 살아간다. 어릴적 친구중에는 평생을 만나는 친구도 있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랐던 지금의 40∼50대들은 동네 친구들과 함께 놀며 싸우다가도 금새 허물없이 지냈던 추억이 많다. 몇몇이 대나무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말을 타듯 뛰어 놀기도 했다. 이것이 죽마고우(竹馬故友)다. 대나무로 만든 말을 같이 탈 정도로 이럴적부터 친한 벗을 말한다.

제(齊)나라 사람 관중과 포숙아의 변하지 않는 친구사이를 일컫는 말로 관포지교(管鮑之交)가 있다. 관중과 포숙아는 어릴적부터 친구였다. 반란이 일어나 제나라 환공이 자기를 죽이려한 관중을 죽일 작정이었지만, 포숙아가 이를 간절히 말려 관중을 대부로 임명했다. 그러자 관중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환공을 패자로 군림하게 만들었다.

그때 관중은 포숙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전에 가난해서 포숙아와 함께 장사를 했는데 내 몫을 더 챙겼다. 그래도 그는 나를 욕심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또 그를 위해 해준 일이 실패로 돌아가 그를 궁지에 빠뜨린 적이 있다. 그래도 그는 나를 어리석은 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일이란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있다는 걸 알아서다. 나를 낳아주신 분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였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의 왕량은 "그 임금을 알고자 한다면 먼저 그 신하를 보고, 그 사람을 알려고 한다면 먼저 그 벗을 보고, 그 아비를 알려면 먼저 그 자식을 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무리 좋은 것을 가졌다 하더라도 친구없이는 누구도 살아갈 수 없다"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친구는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뜻이다.

정치권에 친구 간의 전화통화가 세간에 핫뉴스가 됐다. 안철수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와 박근혜 후보측 정준길 공보위원간 '안철수 원장 사퇴압박 발언' 진실 공방이 그것이다. 금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준길 공보위원으로부터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정 공보위원은 "친구 사이의 대화를 두고 협박이다, 불출마 종용이다 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고 과장된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들의 통화가 '친구 간 (충고)통화냐, 협박 전화냐'를 두고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택시기사의 증언으로 정 공보위원이 택시 안에서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금 변호사가 전화를 받은 시간과 달라 택시하차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의문점이 나타났다. 대선을 앞두고 정책적인 검증이 아닌, 안 원장에 대한 시중에 떠도는 사생활 얘기를 확인도 없이 퍼트리고, 또 이것이 충고냐, 협박이냐를 놓고 검사 출신의 친구 간 벌이는 진실게임은 모양이 흉해 보인다.

진실 공방은 시간이 흐르면서 통화 내용의 실체적 진실보다는 과연 친구 사이의 대화였는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정 공보위원은 "태섭이와는 절친한 친구사이"라며 대학 3학년 수학여행때 금 변호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놓고 오랜 친구임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 페이스북에 "태섭이가 (저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반면 금 변호사는 "동기이지만 서로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다"는 반응이다. 금 변호사와 정 공보위원은 서울법대 86학번 동기이고 둘다 한솥밥을 먹은 검사출신이다. 20년 지기 친구라고 말할 수도 있다. 중국 남조때 유준이 지은 '광절교론'에 보면 사람을 사귈때 경계해야하는 교류 중 하나가 '궁교(窮交)'다. 궁교는 궁할 때 동병상련으로 서로 위해주는 듯하다가 한순간에 등을 돌려 제잇속을 차리는 배은망덕의 사귐을 말한다. 금 변호사와 정 공보위원간 친구 사이는 궁교인지, 정치가 만들어낸 '빗나간 우정'인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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