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추석 앞두고 전통시장 가보니

"사람이 없으니 매출은 기대도 못하죠. 대목은 옛말이에요."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26일 오전 11시 청주 두꺼비시장.

시장 한 켠에 걸려있는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라는 안내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시민들의 발길이 뜸하다.

같은 시간 청주 북부시장과 서문시장·내덕시장도 추석을 앞두고 시민들로 북적이던 옛 모습은 잊은 채 썰렁함 마저 맴돌았다.

간혹 눈에 띄는 시민들은 물건을 사기보다는 발걸음을 돌리고 상인들은 이를 멍하니 바라보기 일 수다.명절 대목이라고 하기에는 상인들의 표정조차 어두워 오랫동안 지속된 경기침체의 현실을 느끼게 한다.

이춘식(51) 두꺼비시장상인회장은 "명절이라고 손님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은 옛 말"이라며 "요즘에는 대형마트에 밀려 있기 때문에 동네 주민들이 꾸준하게 전통시장을 찾아주기만을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평소보다는 매출이 다소 증가했지만 지난해 추석과 비교하면 각 점포마다 최소 20%p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시장 분위기에도 그대로 전달됐다. 길거리에 가득 쌓여 있던 과일 상자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생선과 닭 등을 분주하게 다듬던 손길은 여유롭다.

더구나 올 초 시행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풀리면서 상인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두꺼비시장 입구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A(63)씨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위에 앉아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대형마트 쉴 때는 그나마 좋았는데 그것 제대로 처리 못해 영업을 다시하게 만들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렇다보니 명절 때면 찾아오는 보여주기 식의 장보기 행사도 상인들은 반갑지 않다.

 

 


한 상인은 "명절때 맞춰서 검은 봉지 하나 들고 사진 찍으면 장 보고 서민을 생각하는 줄 알고 있다"면서 "현실적인 대안도 내놓지 못하면서 보여주기 행사에 상인들이 피멍드는 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장 규모에 따른 지원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다른 시장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커 자생 능력을 갖고 있는 시장은 주차장이나 장바구니 등을 제대로 갖춰 놓고 있지만 이런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시장도 많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시민들의 인식 차이는 물론 상인들 사이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이란 불만도 커지고 있다.

내덕시장 상인은 "비교적 규모가 큰 시장들은 청주시 지원을 받아 주차장도 갖고 있고 시장 장바구니도 만들어 사용하지만 규모가 작은 시장들은 이런 것을 기대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시장이 대형마트와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이런 것을 보면 시장 간 차별도 해소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 신국진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