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오래전 읽었던 책을 꺼냈다.

고대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 폴레마르크스의 집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소크라테스가 주도한 이날 토론의 주제는 '정의'였다.

소크라테스를 집으로 초대한 폴레마르크스가 말을 꺼낸다.

"친구에게 이익을 주고 적에겐 해악을 주는 게 정의입니다."

소크라테스가 반론을 제기한다.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선량한 자를 악한 자로 볼 경우 선량을 사람을 해치는 일이 정의의 몫이 될수 있지 않은가?"

이때 궤변론자인 트라시마코스가 끼어들면서 "정의는 강자의 이익입니다. 지배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을 만들기 때문입니다"라며 공박한다.

결국 소크라테스가 맞받아친다.

"통치자로서 강자는 통치받고 있는 약자의 이익을 도모한다고 봐야하오. 정의로운 통치는 자신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언제나 대상(국민)의 이익을 돌보기 마련이오."

플라톤의 명저 '국가론'에 나오는 대화 내용중 일부다. 언제 읽어도 난해하다.

최근 인문학서적이 인기를 끌면서 고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시대가 불확실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두울수록 '고전'에 길을 묻기 때문이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저자 이지성은 세상을 지배하는 0.1%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을 강조한다. 그는 "21세기 지구의 지배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들은 인문고전 독서에 열심이다.

미국의 명문고는 플라톤의 '국가'를 읽고 에세이를 쓰고, 세인트존스 대학은 4년 내내 인문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쓰는 게 교육과정의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인문고전은 개인과 나라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만큼 돈 없고, 능력없고, 배경없는 사람일수록 인문고전을 치열하게 읽을 것을 권한다.

민규동 영화감독은 최근 리더스 콘서트 강연에서 "어릴때 멋모르고 읽었던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 고전이 창의력을 키웠으며, 그 에너지가 지금의 영화의 힘"이라며 고전읽기를 강조했다.

고전은 결국 오랜 시간과의 싸움에서 살아남은 책이다. 세계 0.1% 천재들이 써놓은 글이다. 스티브 잡스는 "만일 소크라테스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그와 바꾸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고전 마니아다. 피터 드러커와 찰스 핸디는 소크라테스의 질문법을 경영학에 적용해서 경영학계의 전설이 되었다.

전 세계 노벨상 수상자의 1/3(100여명)을 차지하고 있는 유태인들의 독서교육은 유명하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읽어주는 책읽기를 통해 독서습관을 배운다. 학교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날 읽을 책 3권을 대출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똑같은 위치에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토론을 하는 '대화식 교육법'을 한다. 책을 통해 풍부한 정서와 상상력을 키우고 삶의 지혜를 배운다.

우리나라 독서 인구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4년 76%였던 국민독서율(1년에 한 권이상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은 2009년 71.7%, 2010년 65.4%, 2011년 66.8%로 지지부진하다. 성인 인구 10명중 4명은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셈이다. 청소년기 독서시간이 부족한데다 영상물·인터넷·게임 등의 발달로 인한 이른바 '활자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구나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는 책이 잘 안팔린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방황하는 시기에 독서가 자신에 대한 성찰과 자아상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 왕따 문제 등 해결을 위해서도 독서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2012년은 독서의 해이고,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당송 팔대가 중의 한 명인 왕안석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貧者因書富 富者因書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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