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논설실장·뉴미디어국장

중산층 별곡(別曲)이 SNS상에서 화제다. 이 별곡에서는 중산층의 기준에 대한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한국에서 중산층의 기준은 부채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월급여 500만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급 중형차 소유, 예금 잔고 1억원 이상 보유, 해외여행 1년에 한차례 이상 다닐 것 등이라는 것이다.

과연 우리 주변에 이 정도의 중산층이 얼마나 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소득)의 50∼150%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이에 따르면 50% 미만은 빈곤층, 150% 이상이 상류층이다. OECD는 한국의 중산층 비중이 2007년 58%에서 2008년 56.4%로 줄었다고 밝혔다. 1970년대 70%를 넘었던 중산층 비중은 1996년 외환위기 직전 74.5%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소득만 보면 중산층이지만 스스로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50.1%가 저소득층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통계청이 가처분소득 등을 기준으로 작성한 저소득층 비율 15.2%보다 무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반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응답자는 46.4%였다. 더구나 향후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98.1%가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해 미래에 대한 희망감 마저 상실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산층은 경제의 허리역할을 한다. 적당한 소득을 가진 중산층이 많아야 합리적인 소비가 이뤄지고, 건전한 사회통합에도 기여한다. 중산층의 비중이 높을수록 정치적 안정성, 투명성이 높아지며 이해집단의 영향력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중산층의 붕괴는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사라지고 계층 갈등을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중산층의 몰락은 사회양극화 탓이 가장 크다. 특히 노동시장이 가진 양극화 구조가 큰 문제다.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의 임금수준이 대기업 및 수출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은 데다 비정규직 및 파트타임 근로자의 비중이 높아 중산층의 경제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청년실업, 과도한 주거 및 자녀 교육비 부담도 중산층 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조기 은퇴와 함께 자영업 진출 및 소득 감소로 중산층의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게다가 감당하기 힘든 대출을 받아 집을 산 '하우스푸어', 자녀 교육비에 지나친 지출을 퍼붓는 '에듀푸어'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는 노후대책이 없는 '실버푸어'로 이어진다. 중산층이 대물림되고 신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구조다. 씁쓸한 '중산층 별곡'이다.

물론 중산층의 기준을 물질로만 평가하는 우리나라에 비해 선진국의 평가 기준은 다르다.

미국의 경우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 기준은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하고,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는 것이다. 영국의 중산층 기준은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갖고, 약자를 두둔할 것 등이다. 프랑스는 외국어를 하나 정도 할 수 있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어야 하며,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해야 중산층에 속한다.

중산층의 붕괴는 선진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미국 웰스파고 은행이 25세 ∼75세 미국 중산층 성인 1천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중산층 중 30%는 생활이 어려워져 80세까지 일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경제민주화와 서민복지를 쟁점화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대기업과 서민복지 공약을 남발하면서 성장동력이 되는 중산층 대책에는 눈길조차 두지 않고 있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중산층을 복원시키기 위한 '중산층 공약'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중산층이 희망을 잃으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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