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농작물 절도범에 '눈물짓는 農心'

"마트에서 라면 하나 훔쳐도 구속되는데 브로콜리나 쌀을 훔쳐간 도둑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백주 대낮에 멀쩡한 밭을 이꼴로 만들어 놓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지요."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청원군 미원면 구방리에서 브로콜리 농사를 짓는 권모(62)씨는 절도범들이 엉망을 만들어 놓은 브로콜리 밭을 바라보며 울분을 토해 냈다. 권씨는 지난 30일 오후 3시께 마을 주민들의 연락을 달려간 브로콜리 밭을 보고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다행히 농장을 둘러보던 마을 주민들과 출동한 경찰들이 절도범들을 검거하긴 했으나 여름부터 피땀 흘려 가꾼 브로콜리를 몽땅 털릴 뻔 했다는 생각에 권씨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권씨는 "절도범들을 붙잡아도 농가에서는 피해액만 보상받기만 할 뿐 이들에 대한 후속 처벌은 시행되지도 않는다"며 "매년 수확철이 다가오면 하루종일 불안해서 밤에 잠도 못잔다"고 말했다.

 

 


최근 수확철을 맞은 브로콜리 가격(1박스 4만원)이 치솟으면서 이를 노린 절도범들이 잇따라 등장해 농민들의 걱정이 깊어만 가고 있다.

특히 농작물 절도범들은 주로 민가와 멀리 떨어진 밭과 창고를 노리기 때문에 검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미원면 구방리에선 수확을 마치고 보관중인 농작물과 수확을 앞둔 농작물을 몰래 훔쳐가는 일이 많아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순찰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농작물을 털릴까 안절부절하다 보니 농민들은 요즘 고된 농사일에 극도의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인근에서 브로콜리를 재배하는 최모(67)씨는 "이번 경우는 특이하지만 어느 도둑놈이 대낮에 나타나 뭘 훔칠 줄 알겠냐"며 "마을사람들이 번갈아 가면서 한밤중에 순찰을 도는데도 절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불안하다"고 하소연 했다.

 

최씨는 이어 "주민들이 합동순찰을 해도 도둑놈 하나를 잡기 힘들다"며 "절도범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밤에 경찰들이 더 많은 순찰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청원군 미원면 구방리 최씨와 권씨의 1만㎡ 규모의 밭에 5명씩 두팀의 여성들이 들이닥쳐 브로컬리를 훔쳤다. 이들은 마침 주민들에게 적발돼 청남경찰서가 절도혐의로 조사중이다.

청남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서 적발된 1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수확을 진행중이거나 끝낸 농가에 절도범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지속적인 순찰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농촌 지역이 광범위하고 파출소 인력에 한계가 있어 단속이 힘들다"며 "경찰에게 알리거나 잠금장치를 설치 등 자율방범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류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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