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대전·세종본부장

누구나 대학을 나오는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자 중 79%(2010년 기준)가 대학에 진학한다. 이는 독일의 42.7%, 미국의 68.6%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불과 40년전 우리나라 성인중 대학 졸업자는 10명중 0.7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10년에는 40%를 넘어서 10명중 4명은 대학 졸업자다. 이른바 과잉학력시대다.

우리나라 전체 학력이 높아지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교육열이 높고 공부를 많이한 사람들이 많으면 그 나라의 수준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잉학력의 부작용이 문제다.

과잉학력은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대졸 실업자를 양산한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20조 1천266억원이며, 교육부문 예산(45조원)의 절반 가까이나 된다. 사교육비 부담은 다른 부문의 투자를 줄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된다.

실제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이라는 보고서에서 최대 42%로 추정되는 대졸 과잉학력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39조 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출 지연으로 연간 19조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여기에 대학진학을 위한 사교육비 지출을 더하면 무려 39조원에 이른다는 통계다.

대학은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 아니라, 반드시 가서 졸업장을 따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반면 대학수의 증가와 대학교육의 질 저하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질은 2010년 세계 46위다. 조사대상 56개국 중 하위 수준이다. 매년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부실 대학은 늘어나고 있다.

이럼에도 기를 쓰고 대학을 가려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다. 고졸 취업자의 임금 수준이 대졸 취업자에 비해 75% 수준이다. 직종의 경우도 판매나 서비스직, 단순노무직이며, 비정규직 비중이 월등히 높다. 결혼을 하려고 해도 대학 간판이 없으면 명함도 못내민다. 그러니 대학을 가지 말라고 말릴일 만도 아니다. 사회 및 경제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대학 졸업 간판은 필수코스다.

뿌리깊은 학벌주의도 과잉학력을 부추긴다. 대학이라는 간판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사실 70∼80년대 만 하더라도 대학에 입학하면 4년내(군생활 제외)에 졸업하는 것이 당연했다. 집안 사정이 생겨 1년이라도 늦게 졸업하면 문제가 있는 학생으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 평균 재학기간이 9년 3개월이라고 한다. 군 복무 기간이 줄었는데도 말이다. 대학 휴학기간을 포함하면 무려 10년 가까이 대학 생활을 하는 셈이다. 취업난에 비싼 등록금 탓이다. 졸업을 해봐야 취업도 못하고, 실업자가 되는 신세가 되다보니 휴학기간을 연장해가며 졸업을 늦추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게다가 과잉학력은 미스매치(구직자, 구인자 간 일자리 불일치)의 원인이 된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아우성인데 반해 대졸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며 한탄만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계속 치솟고 있지만, 청년들은 대기업과 급여 등에서 열악한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대학 지상주의를 치유해야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실력만 있으며 대졸·고졸간 임금 격차가 없는 고용구조로 바꿔야 한다. 더불어 대학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동시에 부실대학을 정리해 대학 숫자도 줄여야한다. 국민소득이 우리나라의 3배나 되는 스위스의 대학 진학률이 10%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과잉학력 뒤에 숨어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대선 후보들이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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