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대전·세종본부장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협상이 삐걱대면서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안철수 후보측이 단일화 협상을 시작한 지 하루만에 단일화 룰 협상 중단을 선언, 단일화 협상이 커다란 암초를 만난 것이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 측 인사의 "대선에서 안 후보가 양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협상이 끝나기도 전에 '양보' 얘기기 흘러나오자 안 후보측이 발끈한 것이다.

안 후보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협상중단을 선언하고 문 후보를 겨냥, "민주당내에서도 이미 제기된 바 있는 혁신과제들을 즉각 실천에 옮겨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문 후보도 강하게 반박했지만 일단 안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단일화 협상은 한차례 공방을 벌인 후 주말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자칫 단일화의 판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양측이 수위를 조절하는 상황이다.

양 후보 측은 단일화 마감시한으로 못박은 대선 후보등록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재협상을 서둘러야한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서로 다른 사람인데, 정책만 비슷하다고 해서 생각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 사람이 외치고 있는 정치쇄신이나 정권교체 역시 두 사람 모두 (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가능하다는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협상 중단사태로 상호신뢰에 금이 간데다 안 후보측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정치 혁신 의지를 문 후보측이 내놓을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리한 야권 단일화 협상은 '단일화 피로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때문에 두 사람간의 갈등은 국민은 빠진 채 정략적으로 접근,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민생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실 두 후보가 지난 6일 단독 회동을 갖고 "엄중한 시대적 상황에 대한 인식, 고단한 국민의 삶의 형편, 정치혁신에 관한 국민의 요구에 폭넓게 대화를 나눴고 인식을 함께했다"고 단일화 이유를 들었을 때, 두 후보가 국민의 뜻만 보고 갈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단일화 회동이후 10여일이 흘렀으나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할 것인지 협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단일화 협상에 대한 책임은 두 후보 모두에게 있다.

문재인 후보측에서는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 나온 배경에는 민주당의 잘못이 있었는데도 아직도 제1야당이라는 패권주의에 사로잡혀 당내 정치혁신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통합당은 마치 문 후보가 당연히 대선후보가돼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단일화를 그르쳐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정치권의 진정한 혁신과 국민적 동의'를 단일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안철수 후보측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안 후보는 먼저 단독회담을 제의해, "새정치공동선언이 나오기전에는 단일화 룰 협상은 없다"던 원칙을 먼저 깼다. 대선 출마 선언때처럼 협상과정에서도 모호한 태도로 왔다갔다하는 모습으로 실망감을 주고 있다.

두 후보간 단일화가 늦어지면서 선거에서 정책대결은 실종된 상태다. 하루하루 요동치는 단일화 쟁점은, 대선 후보의 인물검증, 정책공약, 국가전략, TV토론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삼켜버렸다. 미국의 대선은 선거일 몇개월전부터 치열한 TV토론을 통해 정책·공약대결을 펼치고, 국민의 검증을 받는다. 반면 우리는 선거가 한달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까지 야권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후보 단일화 마감 시간은 며칠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단일화 합의를 정치적 계산에 따른 주고받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국민의 뜻만 보고 간다는 두 사람의 합의문대로 이행하면 된다. 단일화 공방이 정략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단일화 결론을 내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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