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대전·세종본부장

"해마다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어내고 새 것으로 교체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시민들은 분노한다. 하지만 어떤 부서에서 그런 일을 하는지, 왜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얼마전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아 수원시 6급 공무원 9명이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토대로 현 지방행정의 문제점을 오늘의 시각에서 풀어내 쓴 책 '대한민국 목민심서'에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다.

이 현대판 '목민심서'는 공직사회에서 발생하는 부정부패가 왜 근절되지 않고 계속되는 지를 알아 볼 수 있도록 부패의 종류와 유형, 사례를 싣고 있다.

또 공직사회의 부패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공직자들의 정신무장은 물론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이 책을 받아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저자들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직사회에 이어 사법기관의 부패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청렴도 조사에서 검찰과 경찰이 10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른바 '완장'을 찬 수사·단속·규제 기관의 평균 청렴도는 10점 만점에 7.62점으로 일반 행정기관(8.0)보다 낮았다.

최근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로 부장검사 구속에 이은 현직 검사의 피의자 성추문 사건까지 사상 초유의 검사 비리가 터지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서야할 검찰에서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고 권력기관의 부패와 비리는 그 나라의 부패지수와 직결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16개국 가운데 6번째로 부패지수가 높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홍콩 소재 기업컨설팅 기관인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가 발표한 부패지수 조사결과에서 우리나라 부패지수가 지난해보다 1점 높아진 6.9점을 기록해 국가별 청렴도 순위가 9위에서 두계단 하락한 1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국제투명성기구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부패지수는 10점 만점에 5.4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9점에 비해 1.5점이나 낮다. 국가별 순위는 OECD 34개국 중 27위로 최하위권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부패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청렴도와 경제성장률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청렴도가 1점 오르면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5천달러 상승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사회전반의 부패를 척결하게 되면 정책 결정 과정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덩달아 민간투자도 활성화해 잠재 성장률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부패를 얼마나 척결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다.

급기야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검찰 개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안철수 전 후보는 "대한민국 부패인식지수가 부탄보다도 떨어지는데, 이는 국제적 수치"라며 "반부패 정책을 통해 국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변화,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부정부패 척결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을 목민관의 제1 덕목으로 삼았다. 목민심서 율기편에서 "청렴은 수령(공직자)의 본래의 직무로 모든 선(善)의 원천이며, 모든 덕(德)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고서 수령 노릇을 잘 할 수 있는 자는 없다."고 했다.

대선 후보들이 공허하고 재원 마련대책도 없는 선심성 공약보다는 민생 및 경제성장과 직결되는 공직사회의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공약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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