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상권 갈등 깊어진 육거리시장 가보니 …

"이제는 법 대로 해야지 정말 안되겠어요."

최근 상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청주육거리시장의 일부 점포주와 노점상들은 작심한 듯 서로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휴일 오후면 북적이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지만, 이날은 기온이 뚝 떨어진데다 찾는이도 적어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평소에는 손님이 없으면 점포주와 노점상간에 커피를 권하며 담소를 나눌 텐데 일련의 사태를 반영하 듯 서로 대화는 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경기가 좋을 때는 조금 불편해도 서로 감수하며 지냈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내수가 부진해지면서 자그마한 상권이 생존권 다툼을 벌이는 현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사실, 육거리시장 노점상들은 지난 90년 사라질 위기에 있었는데 점포주들이 이해해줘서 살아난 겁니다. 그때 노점 잠정 유도구역이 설치되면서 현재 육거리시장 노점 형태가 생겨난 것이고요. 그런데 노점상들이 큰 권리를 가진 것처럼 행세를 하니 이해가 되겠습니까?"

 

 


지난 90년 청주육거리시장 상인연합회 초대 회장을 지낸 박영신(63)씨는 "현재 일부 노점은 기업형으로 변해 점포주들 보다 훨씬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며 "노점에 대한 기관의 인식과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육거리시장의 또 다른 점포주 윤 모(49)씨는 "당초 노점 규격인 좌판(150㎝X120㎝) 규격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일부 기업형 노점들은 점포 입구를 막을 정도로 좌판 규격을 늘려 매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기본을 지키지 않는 노점상들과 대화가 안돼 법적인 대처를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노점을 하는 이 모(53)씨는 "육거리시장이 살아나는 과정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장을 지켜 온 노점의 역할도 컷는데, 점포 장사가 안된다고 이제와서 법을 운운하며 나가라고 하니 이해가 되겠냐"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 씨는 또 "지금은 점포주들이 상생을 말하지만, 경기가 더 안 좋아지면 결국 내쫓을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처럼 육거리시장 점포주와 노점상들은 그동안 쌓인 앙금이 남아있어 목소리는 강경하면서도, 20년 이상 매일 얼굴을 맞대고 부대낀 애증의 감정이 묻어났다.

"우리는 모든 노점상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형으로 하는 곳과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일부 노점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점포주 윤 모씨는 "자칫 점포주와 노점상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저렇게 규격대로 장사를 하는 노점상이 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노점을 하는 또 다른 이 모(46)씨는 "점포주들과 사이가 안 좋아서 뭐가 좋느냐? 법도 법이지만 같은 공간에서 살아 온 세월이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청주시는 조만간 육거리시장 점포주, 노점상과 만남을 갖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 유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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