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대전·세종본부장

본격적인 정부세종청사 시대를 맞았으나 행정비효율 문제가 새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말 국회에서 '세종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 법률안'(세종시특별법 개정안) 통과가 무산된 이후 박근혜 당선인의 세종시 자족기능이 부여된 명품도시 건설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현재 국무총리실을 비롯 기재부, 농림부, 국토부,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6개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을 마쳤다. 이전 공무원들도 5천400여명에 이른다. 오는 2014년까지는 36개 정부기관, 1만여명의 공무원이 단계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한다.

그렇게 되면 서울에 남아있는 국회를 비롯 외교부, 통일부, 행안부, 법무부 등 부처와 세종시로 이전하는 부처간 협의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걸리고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행정안전부는 영상회의시스템을 구축하고 원격 영상회의를 통해 국정소통의 난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상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세종시로 이전한 부처 장·차관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일하는 날이 많다. 부처간 업무협조와 면담, 회의 상대방이 아직도 서울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간부들은 장·차관에게 주요 업무보고를 위해 세종시에서 서울로 왔다갔다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문제는 행정비효율의 핵심이 다름 아닌 국회라는 것이다. 정부 부처간 협의는 서로 사정을 봐주면 해결된다. 회의에 장관이 어려우면 차관이, 차관이 어려우면 1급이 대신 가면 된다. 하지만 국회는 전혀 다르다. 꼭 장관이 얼굴을 보여야한다. 만약 장관이 세종시 업무를 이유로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들이 용서해줄까.

업무효율성 측면에서도 국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입법부인 국회가 세종시로 오면 입법·행정부 간 유기적인 업무협조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물론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당장 정부 부처 장관들은 집무실을 서울 등 수도권에 별도로 설치할 필요가 없고, 장·차관이나 실무자들이 국정감사나 국회일정 때문에 서울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또 세종시가 자족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회가 세종시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종시에 기업을 유치하고, 학교든 외국기관이든 현실에 맞도록 법을 고쳐야하는데, 국회가 세종시에 있으면 일사천리다.

따라서 세종시의회는 임시회를 통해 수차례 정부기관 이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성효 새누리당 대전시당위원장은 지난해말 "행정낭비 요인을 최소화해 행정중심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를 세종시로 옮겨야한다"고 촉구한바 있다.

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충남 공주)이 지난해말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두 가지다. 하나는 세종시에도 국회 상임위 등 일부 회의 개최를 가능하도록 해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것. 다른 하나는 국회와 행정기관이 위치한 세종시 간의 거리 증가로 국정감사나 업무보고 등 행정기관의 국회 방문에 있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등 불편과 비효율을 극복하자는 뜻이다.

새해 국회가 열리면 장·차관을 비롯한 핵심간부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로 수시로 불려가고, 나머지 직원들은 서울에 남아 관련 부처 청사를 빌려 국회대책을 지원해야한다. 이것이 가장 큰 비효율이다.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 있으면 정부부처는 그에 종속되고, 필연적으로 지역균형발전과 자족기능을 갖춘 명품도시로서 세종시대의 완결판을 저해할 수 있다.

국회가 몇백번 달콤한 말보다 국회의사당을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동시에 국민대통합을 위한 초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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