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눈꽃여행 1번지 '단양 소백산'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 뽀드득'… 눈꽃여행을 유혹하는 발자욱 소리다.

새하얀 눈보라를 맞으며 찬바람 속에 한적한 눈길을 오르면서 눈부신 선계(仙界)를 만날 수 있는 소백산의 겨울산행을 소개한다.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풍군에 걸쳐 있는 소백산(小白山). 소백산맥의 모산(母山)이자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의 하나다.

태백산맥에서 서남쪽으로 갈라진 소백산맥의 첫머리가 되며, 희방사, 비로사, 구인사 등의 명찰과 국립 천문대 소백산 천체 관측소가 우뚝 서 있다.

'소백산 높고 죽계수 맑은 풍경, 그 어떠합니까' 고려시대 안축은 '죽계별곡'에서 단양 소백산(小白山)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한반도의 등뼈인 태백산맥의 줄기가 서남쪽으로 뻗어내려 이룬 소백산맥의 어깨 격인 산이다.

'일출을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소백산은 전혀 다르다.

소백산은 1년 중 맑은 날이 80여 일에 달해, 확률적으로 보면 다른 산보다 화창한 일출을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이유 때문인 듯 소백산 연화봉 중턱에 국립천문대가 있는 것이지만, 굳이 일출이 아니더라도 겨울이 가기 전에 한번쯤은 꼭 올라보고 싶은 곳이 바로 눈 많고 바람 드세기로 소문난 산이다.

'소백(小白)'이란 이름 때문에 언뜻 작은 산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실상 소백산은 거대한 산줄기로 정상인 비로봉(해발 1439.5m)과 국망봉(1421m), 연화봉(1394m) 등 1000m가 넘는 고봉이 어울려 장엄하고도 부드러운 산세를 이루는 명산이다.



특히 겨울 설경은 빼놓을 수 없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대설원의 부드러움과 장쾌함으로 인해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며 겨울산행의 백미로 꼽히지만 '칼바람'으로도 유명해 조심해야 하고, 겨울에는 '눈꽃 여행 1번지'로 꼽힌다.

겨울 소백산은 '바람의 산'이라 불리며, 비로봉 정상 일대가 민둥산이라 강풍이 휘몰아친다.

하지만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주능선길은 생각만큼 바람이 세지 않다.

키를 훌쩍 넘는 철쭉나무가 우거져 있는 눈꽃터널은 절경이다.

이 중 '살아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군락에 핀 눈꽃은 그야말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등산객들이 세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면서도 주목군락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분주하다.

겨울에는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설경으로 유명하지만 고고한 자태의 주목군락과 함께 능선의 우아한 곡선미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한겨울에도 얼지않고 힘차게 흘러내리는 희방폭포, 상쾌한 물소리가 등산객들의 정신을 맑게한다.

눈위에 그려진 나무 그림자는 아름다운 수묵화를 그대로 연출한다.

평균 수령이 350년(200∼800년)을 자랑하는 소백산의 주목은 국내 최대의 군락지도 이루고 있다.

소백산은 전국의 겨울산 중에서도 상고대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상고대는 습도와 기온 차이가 빚어내는 자연의 걸작이다.

상고대는 빙점 이하로 기온이 급강하하며 대기 중의 수증기가 나무, 돌 등에 달라붙어 만들어진다.

이 상고대는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길게는 10cm 이상씩 자라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푸른 창공을 배경으로 만발한 상고대는 마치 바다 속의 산호초처럼 새하얀 빛을 뿜어나며, 바람이 없고 습도가 많은 날일수록 더욱 곱게 핀다.

이중환은 '택리지'에 "방사 남사고가 소백산을 보고 말에서 내려서 절하며 '이 산은 사람을 살리는 산이다'라고 말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 퇴계 이황이 소백산을 오른 기록인 '유소백산록'에 산행 일정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을 정도다.

소백산은 거대한 산맥을 이루고 있는 만큼 볼거리도 많은 산이다.

소백산 북릉인 신선봉(1272m)에서 서북쪽으로 뻗어 내리던 능선이 마치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고 9개의 능선에 8개 골짜기를 만들어 낸 곳을 '구봉팔문(九峰八門)'이라 부른다.

제 3문봉과 제 4문봉 사이 골짜기 아래쪽에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救仁寺)가 자리잡고 있으며, 주능선을 중심으로 동쪽인 경북 영주 쪽에는 부석사와 소수서원, 비로사, 희방사 등이, 서쪽과 북쪽의 단양에는 고수동굴과 노동동굴, 천동동굴, 온달산성 등이 있다. 서병철 / 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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