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향토 체험 마을’을 주제로 5개 지역을 골랐다. 남은 겨울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한국관광공사 선정 2월에 가볼 만한 곳들이다.

◇‘봅슬레이 눈썰매로 겨울이 더욱 뜨겁다! 대관령 눈꽃마을’(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2리)

새하얀 눈의 나라 대관령 눈꽃마을로 가보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무대가 되는 대관령에서는 눈썰매도 올림픽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 이름하여 ‘봅슬레이 눈썰매’다.

비록 진짜 봅슬로드가 아닌 튜브를 타는 것이고, 슬로프도 봄부터 가을까지 고랭지 배추밭이었던 곳에 겨울철 눈이 덮여 만들어진 곳이지만 상관 없다. 튜브에 올라 봅슬레이 경기장처럼 구불구불한 눈밭 위를 미끄러지듯 내려가다 보면 어른들도 자신도 모르게 “와~”라고 외칠 정도로 스릴 넘친다. 여럿이 튜브를 연결해 기차처럼 타고 내려가면 더욱 짜릿하다.

시시하다면 스노래프팅에 도전해보라. 고무보트에 앉거나 누우면 설상 스쿠터가 끌고 달린다. 스쿠터 때문에 일어난 눈보라가 얼굴을 시원하게 덮친다. 눈밭 위에서 직접 운전하는 사륜오토바이도 재미있다.

눈꽃마을이 자리한 차항2리를 비롯한 대관령 일대는 1950년대 국내 스키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당시에는 목장 경사면에서 활강하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노르딕경기를 펼쳤다. 물론 그 보다 스키의 역사는 길다.

눈꽃마을 뒤를 감싼 백두대간의 준령 황병산(1407m)을 무대로 예로부터 겨울이면 주민들은 멧돼지와 노루 등을 사냥했다. 이 때 고로쇠 나무로 만든 전통 썰매와 설피는 필수품이었다.

전통 썰매는 눈 덮인 산속에서 사냥과 이동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스키를 짧게 만든 것처럼 만들어졌다. 스키의 폴이 2개인 것과 달리 긴 창 하나를 갖는다. 폴처럼 짚기도 하고, 사냥감이 나타나면 찌르기도 한다. 몸의 중심을 뒤에 두고 무릎을 최대한 굽혀 눈밭 위를 미끄러져 가면된다.

처음에는 자세가 엉거주춤해서 헷갈리지만 요령이 생기면 스키보다 결코 어렵지 않다. 눈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신발에 덧신은 설피 신어보기, 워낭․코뚜레 만들기, 새집 만들기, 국궁 체험 등 다양한 체험이 기다린다.

대관령 바우길 2구간인 눈꽃마을길 트레킹도 빼놓을 수 없다. 눈꽃마을을 중심으로 목장, 숲, 능선을 따라 걷는 12㎞ 거리다. 완주에 5~6시간 걸리는데 눈꽃마을에서 사파리 목장 데크 전망대까지 왕복 2시간 구간만 걸어도 좋다. 목장에 올라서면 주위를 내려다보는 전망이 시원하다.

완만한 구릉으로 연결된 목장에 말과 젖소들이 평화로운 풍광을 연출한다. 데크 전망대에 이르면 풍력발전기들이 능선을 따라 도열한 장관도 마주할 수 있다. 눈꽃마을에서 멀지 않은 의야지 바람마을에서는 눈썰매 타기, 양 먹이 주기, 치즈 만들기, 딸기잼 만들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평창군 종합 관광 안내소 033-330-2771



◇몸과 마음에 약이 되는 힐링 체험, 제천 산야초 마을(충북 제천시 수산면 옥순봉로 6길)

넥타이처럼 꽉 조여진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힐링을 원한다면 충북 제천의 금수산 자락 산야초 마을로 가보자. 청풍호 가까이에 자리한 농촌 체험마을이다.

1985년 충주댐이 만들어질 때 마을이 수몰돼 갈 곳 없어진 주민들이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로부터 해를 입지 않는 약초를 재배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이다. 현재 7가구가 산야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1만여 명이 다녀간다.

단체로 방문한다면 두부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잘 불린 콩을 맷돌에 간 뒤 아궁이 장작불 위 무쇠 가마솥에서 팔팔 끓는 물에 넣고 끓인다. 끓여낸 콩물을 망에 거르고, 간수를 부으면 서서히 굳어가면서 두부가 만들어진다. 마트에서 두부를 사다먹는 것이 익숙한 자녀들에게는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 온듯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한방차의 대표 격인 쌍화차 만들기도 흥미롭다. 당귀, 천궁, 숙지황, 황기, 대추, 작약, 감초, 계피, 생강 등을 저울에 계량한 뒤 모시 보자기에 담으면 끝이다. 집에 가서 끓여 마시면 된다. ‘쌍화’는 음과 양의 기운을 조화롭게 만든다는 의미다. 기혈을 보하고 피로와 허한 것을 다스려 몸의 균형을 맞춰준다.

약초 주머니 만들기도 인기다. 약초의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머리를 맑게 한다. 잘게 썬 고수, 황기, 정향, 당귀 등을 적당량 모시 주머니에 담고, 예쁜 복주머니에 옮기면 끝이다. 향기는 필요한데 추위에 꼭꼭 닫고 있다 보니 화학 방향제가 몸에 해롭지 않을까 우려되는 겨울철 최적의 방향제다.

이 밖에 약초를 재료로 비누, 연고, 한방차, 베개, 화장품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고, 아궁이 불 때기, 장작 패기, 고구마와 감자 캐기 등 이제는 멀어진 농촌 체험도 가능하다. 산수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몸에 좋은 약초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으니 이만한 곳이 더 있을까.

마을 주변으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고즈넉하면서도 평화로운 풍경을 자랑하는 청풍호,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의 문화재를 한 곳에 모든 청풍문화재단지, 실크 염색 회화 미술품을 전시하고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박정우 염색 갤러리, 청풍의 사계를 소재로 한 조각 작품 35점이 들어선 청풍랜드 조각공원 등 가볼만한 곳도 많다. 제천시 관광정보센터 043-641-6731



◇솔숲과 어우러진 낙동강변 마을, 안동 저우리 전통테마 마을(경북 안동시 풍천면 장수길)

낙동강 상류가 흐르고 임하댐과 안동댐이 자리한 안동은 물의 도시다. 동시에 소나무의 도시이기도 하다. 예부터 풍수지리설에 따라 마을의 기운이 약한 곳을 보태주는 비보림,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과 풍치림으로 쓰기 위해 강변에 많은 소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솔숲은 서애 류성룡(1542~1607)의 친형인 겸암 류운룡(1539~1601)이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소나무 1만 그루를 심었다는 하회마을 만송정 숲(천연기념물 473호)이다. 이 숲은 지금껏 하회마을을 찾은 사람들의 쉼터이자 보호림이 되고 있다.

강을 따라 심은 소나무는 만송정에서 그치지 않고 하회마을 건너편 저우리(광덕1리)로 이어진다.류운룡과 류성룡의 5촌인 파산 류중엄(1538~1571)의 후손이 모여 살던 저우리는 전통테마 마을이다.

저우리 미술체험관에서는 고무신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고무신 페인팅, 유약을 바르지 않은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 세라믹 페인팅, 부채에 전통 문양을 그리는 민화 체험, 미술관 관람 등을 할 수 있다. 딸기, 토마토, 참외, 복숭아, 배, 마 등을 수확해 볼 수도 있다. 사군자 체험관에서 마을에서 개발한 첨단 디지털 프로그램을 따라하면 누구나 손쉽게 난을 칠 수 있다. 야생화 체험, 국궁 체험도 가능하다. 저우리에서 유교문화길 3코스 ‘구담습지길’을 따라 걸어보자. 총 10.6㎞ 구간으로 완주에 약 3시간30분이 걸린다.

안동까지 왔다면 법흥사지 칠층전탑(국보 16호), 퇴계 이황(1501~1570)의 흔적이 담긴 도산서원(사적 170호), 상덕사(보물 211호), 전교당(보물 210호), 경북산림과학박물관 등을 둘러본 뒤 학가산 온천에서 몸을 녹이고, 안동 구시장에서 찜닭, 떡볶이, 보리밥, 한우 등을 맛보자. 안동시청 체육관광과 054)840-6391



◇가슴속 깊이 담아온 오지 마을 풍경, 함양 송전산촌생태마을(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전길)

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전마을은 오지 중의 오지다. 지리산이 뒤를 받치고 엄천강이 앞을 가로막는 지형적 여건 탓이다. 실제로 마을 주민들은 다리가 놓일 때까지 섬사람이나 다름없이 살았다. 읍내에 나가려면 배를 이용해야 했고, 장마철에는 강물이 불어나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다 보니 변화의 속도가 더뎌져 현대화, 도시화 속에 2007년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되고, 이듬해 최우수 산촌생태마을로 뽑힌 것이다.

이 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은 연 만들기, 팽이 만들기, 짚공예 등 얼핏 들어도 흔한 것들이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 모든 재료를 직접 구하는 것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연 만들 때 필요한 대나무는 마을 옆 대숲에서, 팽이의 재료가 되는 옹이 있는 나무는 뒷산에서 베어 온다. 팽이채에 필요한 끈도 마을 주변에 심어놓은 닥나무 껍질을 사용한다.

관광객은 주민들과 함께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대나무를 베고, 옹이가 있는 나무를 찾른다. 물론 잘 짜인 동선을 따라가므로 자연스럽게 마을 구경까지 할 수 있다. 구한 재료는 수작업을 거쳐 연으로, 팽이로, 팽이채로 완성돼간다. 손으로 새끼를 꼬아 짚신이나 달걀 꾸러미를 만드는 짚공예, 덕장에서 말라가는 곶감을 따서 포장지에 싸는 체험도 즐겁다.

조선 시대 벽송 지엄이 창건한 벽송사, 벽송사 삼층석탑(보물 474호), 벽송사목장승(경남민속문화재 2호), 벽송대사, 서산대사, 인오대사, 사명대사, 완성대사 등이 오가며 깨달음을 얻었다 해서 이름 붙여진 지리산 오도(悟道)재,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고개로 사진가들 사이에서 차량 궤적을 촬영하는 포인트로도 유명한 지안재, 통일신라시대에 국내 최초로 조성된 인공림으로 겨울철 눈 내린 뒤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상림 등 주변에 볼거리도 많다. 함양군 관광안내소 055-960-5756



◇해 뜨고 지는 겨울 마을의 풍경 속으로, 해남 땅끝해뜰마을(전남 해남군 북평면 영전리)

전남 해남의 동쪽 해안가에 자리 잡은 영전리는 ‘땅끝해뜰마을’이라는 별칭처럼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1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은 황토에서 자라는 배추와 마늘 등 다양한 농산물과 바다에서 나는 먹을거리 덕에 겨울에도 풍요롭다.

여행객도 활기찬 기운을 듬뿍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낮에는 월동 배추로 담근 김치를 맛보고, 저녁이면 마을 사무소에 모여 풍물을 즐긴다. 모닥불을 둘러싸고 강강술래도 한다. 갯벌에서 바지락 캐기, 바다에서 건진 김을 체에 떠서 김 만들기 등은 다른 곳에서는 즐기기 힘든 체험이다.

마을에서 모닥불도 피워보고, 해남의 특산품 호박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 있다. 밤하늘에 소원을 적은 풍등을 띄우자.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던 옛 사람처럼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비는 것도 좋겠다.

마을로 땅끝천년숲길과 삼남길이 지나 사구미 해변까지 이어진다. 마을 뒤 등산로를 따라 20여 분을 걸어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에 올라 보자. 깎아지른 듯한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은 도솔암으로 향한다.

달마산은 중국 남송시대의 선승 달마대사가 중국에 선(禪)을 전한 뒤 이곳으로 와 여생을 보냈다는 전설에 의해 이름 붙여졌다. 기암 절경의 남쪽 끝자락에 지어진 도솔암은 천년 고찰 미황사와 함께 달마산을 대표한다. 발을 딛기도 조마조마한 작은 암자의 마당에서 사람들은 어깨를 맞대고 해넘이를 지켜본다. 해가 수평선에 가까워질수록 그 빛을 달리하는 바위들은 감동적이다. 2010년 KBS 2TV 사극 ‘추노’, SBS TV 드라마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대웅전(보물 947호), 1727년 그려진 미황사괘불탱(보물 1342호)을 갖고 있는 통일신라 경덕왕 8년(749)에 창건된 천년고찰 미황사, 임진왜란 당시 13척으로 왜군의 배 133척을 물리친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의 명량대첩의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우수영 관광지, 공룡과 익룡, 새의 발자국이 한 지층에서 발견된 세계적으로 유일한 화석지임을 기념해 국내 최대규모로 건립된 해남공룡박물관(우항리공룡화석자연사유적지) 등도 놓칠 수 없는 명소다. 해남군 관광안내소 061-532-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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