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대전·세종본부장

진 나라의 평공이 기황양에게 물었다.

"남양현에 현령 자리가 비었소. 당신이 보기에 누가 이 자리를 맡을 만하오?"

기황양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해호라면 잘 해낼 것입니다"

평공이 놀라서 물었다. "해호는 당신의 원수가 아니오?"

기황양이 대답했다. "임금님께서는 누가 적임자인지를 물은 것이지 제 원수가 누가인지를 물으신게 아닙니다"

그래서 진 평공은 해호를 현령으로 삼았다. 해호는 백성을 잘 다스렸고 폐정을 단번에 없애 대단한 칭송을 받았다. (진 나라 '여씨춘추'중에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단행한 박근혜 당선인의 첫 인사스타일이 화두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든 국정운영 초기 인사에 대한 잡음과 비판은 늘 있어왔다. 선거에서 승리한 주역에 대한 발탁과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구상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0일 당선 일성으로,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지역과 성별과 세대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겠다" 며 대탕평·대통합 방침을 밝혔다. 국민들은 누구보다도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였다.

박 당선인의 국무총리에 이은 내각인사를 놓고 밀실인사, 깜짝인사, 성·시·경(성균관대·고시· 경기고)인사라고 모든 언론이 비판한다. 언론은 박 당선인이 인선한 19명 중 단 한명의 이름만 겨우 맞혔을 뿐이다. 밀실이 위험한 것은 인사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독선과 선입관,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많아서다.

정치는 광장에서 토론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으며 가는 게 옳다. 설령 같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토론 과정이 있는 것과 없는 것과는 결과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난다. 굳이 청문회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총리와 장관이 없는 정부의 '지각 출범'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 때문이다. 모든 걸 다 혼자서 결정하는 폐쇄적이면서도 수직적·경직적 구조라는 것이다.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친박'과 인수위 위주로 짜여져 '친이'도 없고 야당 성향도 없다. 영남출신 대통령에 같은 영남출신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지역과 대학, 여성 등 3가지 안배가 빠진 인사는 너무하다는 평가다. 보수성향의 한국여성단체협의와 보수언론 조차도 "이번 조각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청와대 참모진들은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안보인다고 걱정이다. 주변에는 늘 '예스(Yes)맨'이 많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고소영, 강부자 인사를 통해 측근비리를 불러온 것 또한 주변에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어느 조직에서나 인사가 조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세종의 용인술이 지금도 유명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세종은 전국적으로 널리 인재를 발굴, 철저한 인사 검증시스템을 거쳐 임명했다.

"정치의 요체는 인재를 얻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관원이 직무에 적당한 자라면 모든 일이 다 다스려질 것이다" 실록에 남겨진 세종의 이 같은 언급은 그의 인재경영 원칙을 그대로 드러낸다.

세종은 국정운영시 신하들과 상의해 결정했고, 이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신하들의 노력과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성과를 발휘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앞으로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장 인사 등이 남아있다. 또 일부 각료 내정자의 경우 비리 혐의가 알려지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가능성이 있어 후임인사가 불가피하다. 박 당선인이 지금부터라도 열린마음으로 국민여론에 귀기울이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다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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