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문장대온천개발사업' 현장 르포] 청천·화북면 주민들 이웃간 상처 입을까 한걱정

"대법원에서 두번이나 판결이 내려진 사안인데 도대체 무슨 의도로 다시 사업을 추진하려는건지 이유를 모르겠네요."

경북 상주시 화북면 일원에 온천개발지구 지정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북 괴산군 청천면 긴급히 구성된 문장대온천개발조성사업 저지 대책위원회(위원장 박관서)를 비롯한 주민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청천면사무소에서 만난 박관서 대책위원장은 "정확히 3년 4개월만에 다시 온천 개발이 추진됐다"며 "대법원 판결 확정 이후 상주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것이 정말 후회스럽다"며 착찹한 표정을 지었다.

박 위원장은 "남한강의 발원지인 문장대가 오염되면 청천면은 물론 산막이옛길이 있는 칠성댐 등 광범위한 지역이 영향을 받는다"며 "특히 올갱이와 민물고기, 펜션 운영 등 맑은 물이 있어서 먹고사는 청천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저지 대책위는 오는 13일 상주시 주민설명회가 열리는 화북면 서부출장소에 100여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온천개발 반대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괴산군을 비롯한 저지 대책위는 상주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향후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반면, 청천면과 화북면 주민들은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거슬러 올라가면 온천개발을 둘러싸고 지난 20년간 벌어진 갖가지 일들이, 이들 주민들의 마음을 다 잡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세월이 흐르면서 청천면 주민들은 대법원에서 두번이나 손을 들어줬는데, 이번에 또 달라질 일이 있겠나 하는 모습이고, 화북면 주민들은 언제 될지도 모르는 온천 개발의 부푼 기대감 대신 현실을 직시하고 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청천과 화북지역 주민들은 온천개발 추진과 저지 과정에서 혹여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난다.

실제 이날 청천면소재지는 '온천개발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두 세군데 걸려 있기는 하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한가롭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화북면 온천개발 예정지 인근의 주민들도 농사를 준비하거나, 가게에 들러 서로 담소나 나눌 뿐 온천개발에 대한 의견을 물어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화북면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54·여)씨는 "온천을 개발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는 못한다"며 "행정절차를 거쳐햐하는 등 현실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개발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청천면 주민들이 반대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다'는 수년전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박 위원장도 "온천개발 예정지 주민들은 사실상 생활권이 같은 이웃인데, 이런 일로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런 가운데 괴산군은 오는 19일 문장대온천개발저지 캠페인을 전개하고, 온천 관광지 조성사업 결사반대 주민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강력 대처할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갑작스럽게 사업 추진 소식을 들어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있는 만큼 상주시의 판단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온천개발 저지 투쟁은 청천 주민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여서 타협의 여지가 없는 만큼 상주시와 지주조합의 행보에 따라 투쟁의 수위와 폭을 조정해 나갈 생각이다"고 했다.

한편 문장대온천관광휴양지 개발지주조합은 경북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와 중벌리 일대 95만 6천㎡에 지하 1층, 지상 1~5층 건축 전체면적 9만8천794㎡ 규모의 문장대온천 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유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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