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대전·세종본부장

공공장소 어디를 가나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많이 본다. 시내버스를 타면 대학생들은 귀에 이어폰을 꼽거나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고 문자를 보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오죽하면 가전제품 서비스센터나 은행창구에서 오래 기다리는데도 항의하는 일이 줄었다는 씁쓸한 얘기도 있다. 창구에서 대기 번호표를 뽑은 후 스마트폰에 빠져 대기 순번조차 잊을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젊은층 사이에 스마트폰은 생활필수품이며, 단 하루로 스마트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도구가 된 셈이다.

스마트폰은 일상 생활에서 편리한 점이 많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습득은 물론 친구들과 카톡으로 대화하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재미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한창 책을 읽어야할 나이의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인터넷이 아무리 편리하고 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고 해도 체계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독서를 따라올 수 없기 때문이다.

종이책은 종합적이고 깊이있는 사고를 기르는 반면, 스마트폰에 빠지면 뇌가 균형있게 발달하지 못하고 정보를 통합하는 사고력도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 의존하면 폭넓게 사고하는 능력은 퇴화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 국민이 연간 읽는 책의 양은 고작 0.8권이고, 성인 10명중 4명은 아예 책을 읽지 않는다. 미국의 6.6권. 일본 6.1권과는 비교 조차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대학생들의 독서율 하락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다. 대학생 대상 온라인잡지 '캠퍼스위크'가 지난 4일∼7일 전국 대학생 1천428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메일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이라면 적어도 한 달에 책을 2∼3권 읽어야한다(61.7%)는 기준을 잡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학생들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1권 이하(55,4%)가 가장 많았다. 반면 대학생들은 여가시간에 주로 인터넷 서핑(23.6%)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120분 이상이 44.5%에 달하고, 스마트폰 교환 주기도 평균 1∼2년(54.4%), 2∼4년(∼41.6%)등으로 짧았다.

대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까이 하는 만큼 책은 멀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보더라도 그 사회를 이끄는 리더, 지식인들은 종이책이나 활자 매체와 가깝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고전이나 독서광인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의 사례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카카오톡(카톡)'을 만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검색보다 독서를 강조했다. 그는 독서가 주는 감흥과 사색의 기회를 즐긴다고 한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한시간 가량 온전히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는 그의 얘기는 스마트폰 중독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종이책과 종이신문은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해주는 반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그렇지 못하다며 독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조선시대 문인 이덕수(1673∼1744)는 독서에 푹 젖는 것을 귀하게 여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덕수는 '유척기에게 준 글'(서당새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독서는 푹 젖어야 책과 내가 융화되어 하나가 된다. 푹 젖지 않으면, 읽으면 읽는대로 다 잊어버려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이 별 차이가 없다. 오로지 빨리 읽고 많이 읽는 것만을 급선무로 한다면, 비록 책 읽는 소리가 아침저녁 끊이지 않아 남보다 훨씬 많이 읽더라로 그 마음속에는 얻은 바가 없게 된다. 이는 조금만 땅을 파면 오히려 마른 흙인 것과 한 가지 이치다."

요즘 충북지역 대학가에 독서를 유도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충청대는 오는 10월말까지 '도서관 다독왕 선발대회'를 열어 책을 가장 많이 빌린 학생 20명을 선발해 상금을 주기로 했다. 충북대는 최소 5권 이상 15권까지 추천 도서를 읽은 학생들에게 총장 명의의 '독서 인증서'를 발급해주고, 포상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청주대도 자체 선정한 '필독 도서' 100권중 1권이상 대출 받은 학생중 추첨을 통해 문화상품권을 줄 계획이라고 한다.

대학가에서 독서를 권장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대학가의 '독서 이벤트'가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스피드한 시대의 요즘 대학생들에게 '푹 젖는 독서'가 될지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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