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대전·세종본부장

월요일인 지난 10일 평소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던 통근버스가 3시간이 넘도록 세종청사에 도착하지 않았다. 공정위와 국토부, 농식품부 등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단체지각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각 부처의 오전 회의가 미뤄지고 하루 일정이 늦춰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 이튿날에도 청사 통근버스 앞에서 달리던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많은 공무원들이 지각출근을 해야만 했다.

정부부처가 세종청사로 이전한 이후 공무원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세종을 오가는 통근버스는 총 49대. 통근버스는 월요일 출근길과 금요일 퇴근길을 만석이다. 금요일은 공무원들이 퇴근시간에 맞춰 서울로 올라가느라 전쟁을 치른다. 자칫 퇴근 버스를 놓치면 유성, 대전 등까지 가서 버스나 열차를 이용해 서울로 올라가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무원들은 퇴근시간이 임박해오면 좌불안석이다. 일이 많아 퇴근이 늦어지는 날에는 상경이 늦어지고 다음날 출근이 또 힘들다.

서울에서 세종청사를 출퇴근 하는 공무원들의 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일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 자칫 근무기강이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장관은 서울에, 과장은 길바닥에, 사무관은 세종시에 있다'는 공무원들의 자조섞인 말이 현실이다.

이주 공무원들이 서울 자택∼세종청사∼오송역∼서울역∼장차관 서울사무소를 오가며 출장을 통해 결재를 받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얼마전 이상일 국회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세종청사 이주 공무원(1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세종시로 이주한 공무원 10명중 9명은 정부청사 이전으로 행정의 비효율을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장·차관의 잦은 외부출장으로 업무공백을 느낀다는 응답도 59.4%에 달했고 상관의 출장으로 업무대기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도 72.3%였다.

또 정흥원 국무총리는 지금까지 공식일정 158회 가운데 14%(22회)만 세종시 일정이다. 5월말 까지 공식일정 95일 가운데 75일을 서울에서 보냈고, 세종시에서 온전히 일한 날은 총 6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각 부처 장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종시로 청사를 이전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일정의 86%를 세종시 밖에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장관 5명은 취임후 164건의 공개일정 가운데 23건(14%)만 세종시에서 소화했다. 이들은 서울에서 대부분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러다보니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서울, 세종, 과천을 오가며 길거리에서 시간을 다 보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더구나 국회에 장관이 출석하면 차관에 실·국장, 과장까지 수십여명이 따라붙는다. 이에 세종으로 이주한 공무원들은 상경해 국회로 출근했다가 다시 세종시로 오가느라 정신이 없다.

이 때문에 엄청난 예산을 들인 세종청사내 국무총리 공관은 텅빈 채 방치되고 있으며 장·차관 관사도 거의 비어 있다. 국민세금으로 출퇴근 버스를 운영하는데만 연간 60여억원이 소요된다. 행정력·예산낭비와 행정비효율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같은 일은 이미 예견된지 오래다.

문제는 세종청사 이전시 현실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해 9월 이주한 국무총리실을 비롯 경제부처도 서울~세종청사간 영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1∼2번이 고작이다. 대한민국이 IT강국 이라면서 이미 설치된 영상회의나 스마트워크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먼지만 수북히 쌓여있다니 한심하다.

우선 세종청사의 업무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자결재를 하면서도 대면(對面)보고를 하는 관행을 바꿔야한다. 수도권에 남아있는 부처와 세종청사간 국정소통 능력 증대를 위해 국회분원 및 청와대 집무실도 검토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종시 건설을 이끈 대통령과 국회부터 비효율 문제 해결에 나서야한다. 많은 부처를 세종으로 내려보냈으면 장·차관부터 세종시에 자리 잡고 일하도록 하는 게 상식이다. 그리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생활하는 공무원들이 출퇴근 불만만 털어놓을게 아니라 세종시로 먼저 이주하는 게 마땅하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세종시가 '창조경제'를 이끌기 위해서는 업무비효율을 극복하는 '창조행정'이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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