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연 칼럼] 대전·세종본부장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공기업 비리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원전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간부의 집에서 수 억대의 현금 뭉치가 또 발견됐다. 전력난을 초래한 원전 '짝퉁' 부품 사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따라 공기업 개혁과 책임경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기업 대부분이 방만하게 경영되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27일 전국 251개 지방직영기업과 59개 지방공사, 78개 지방공단 등 지방공기업의 2012년 결산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 공기업의 부채는 72조5천억원으로, 2011년 67조8천억원에 비해 6.9%증가했다. 지난해 지방공기업들의 적자는 1조5천8억원으로 2002년 통계를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의 경영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기관장이 무더기로 나왔다고 발표했다. 전체평가 대상 96명 가운데 18명이 각종 비리에 연루됐거나 역량 부족으로 해임 건의나 경고를 받았다. '최우수'평가를 받은 기관장은 단 한명도 없었다. 반면 E등급은 크게 늘었다.

기재부는 기관장 평가에서 꼴찌인 E등급을 받은 대한석탄공사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기관장 2명은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특히 D등급 이하 기관장이 2011년 8명에서 2012년 18명으로 늘어난 것은 납품·채용비리 등이 많았기 때문이다.

공기업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공기업은 효율성만을 따질 것은 아니지만 그 속살을 자세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대부분 관료출신이다. 정권 교체기에 회전문 인사처럼 반복된다. 대통령체제하에서 5공화국 이후 대선 승자에가 주어지는 커다란 선물 보따리가 공기업 인사권이다. 이는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끊임없는 공기업 개혁의 빌리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공기업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부실이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공기업 기관장은 개혁의 반대 편에 있는 정치 관료출신의 전리품이 되었다. 전문성을 갖춘 내부 인사가 승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하물려 외부 전문가 조차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조차 없다. 스스로 관료주의를 없애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선거 보상명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기업 개혁이 있을리 만무다. 공기업이 관료천국이 되는 또 다른 이유는 관료체제의 특성 때문이다. 관료체제는 특권적인 동종의식과 집단이기주의가 매우 강한 조직이다. 공직의 폐쇄성, 경직성으로 만들어진 관료주의는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한다. 공기업은 선거때는 인사권자를 위해 선거 지원을 하고 퇴직후 따듯한 노후보장이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공기업 기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지방의 공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북도를 비롯한 청주시 등 거의 모든 산하·출연기관장은 으레 공직 출신이다. 공직을 마무리하거나 정년을 코 앞에 두고 명퇴한 후 산하기관장으로 옮긴다. 외부인이 임명된 경우에는 선거와 연관이 있다. 역대 정권들도 공기업 개혁을 수없이 외쳐왔지만 관료주의는 쉽게 깨지지 않는다.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 2008년 1월 일본의 대장정 개혁 모델을 언급하며 관료주의 타파를 공언했다. 그러나 집권 5년 동안 철옹성 같은 집단 보호막이 생기고, 공생 유착을 통한 관료집단의 기득권은 더욱 단단해졌을 뿐이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면서 당시 충북지역에서도 여러명의 단체장 출신 정치인들이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중 일부는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또 다시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이런 것이 깨지기 않는 관료주의의 생태계다.

현재 공기업의 임기가 만료됐거나 이미 사퇴한 기관장을 포함해 공공기관 수장 교체 폭이 295곳중 100곳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기업은 최소한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변화와 혁신을 꾀할 수 있는 사람이 최고경영자가 되어야한다. 공기업의 관료화 고착은 창의성 결여·자율성 제약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영'을 기대할 수는 없다. 어느 집단이든 폐쇄적인 조직이 되면 썩은 물이 고이게 마련이다. 이 것이 곧 비리와 부패의 씨앗이 된다.

공기업 개혁의 시작은 바로 박근혜 정부의 이번 공기업 기관장 인사에서 알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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