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충주 에코폴리스를 가다

'주민의견 무시하는 국회의원 충주시장은 물러가라' '도지사는 주민의 면담에 응하라' '하지도 않은 주민설명회 충주시는 공개하라' '경제자유구역이 웬말.'

충주 에코폴리스로 진입하는 충주시 가금면 일대. 남한강과 장미산, 조정지 댐이 만나는 중앙탑가든 휴게소를 벗어나자 다소 격앙된 문구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경제자유구역 결사반대'라는 내용이 반복적으로 걸려 있는가 하면 '윤진식은 주민의견을 듣고 있느냐'는 내용도 눈에 띈다. 이런 현수막은 599번 지방도와 국도 38호가 교차하는 충주가금농공단지 인근까지 듬성듬성 이어졌다.

충주시 공무원의 안내를 받아 충주 에코폴리스 지구를 찾은 날은 지난 6월 26일 오후. 중부내륙고속철도 공사 현장을 제외하면 지방도 599호와 국도 38호의 교차 지점은 조용한 시골 동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현수막에서 주민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음을 짐작할 뿐이었다.

 

▲ 충주에코폴리스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가금면 일원에 주민들이 내걸은 추진반대 플래카드가 즐비하다. / 김용수

 


충주에코폴리스 지구에 포함된 장천리와 가흥리 일대에는 7개 마을 160가구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제자유구역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민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대마을 김용관(57) 이장은 "충주 에코폴리스는 가흥리와 장천리 주민들을 팔아서 충주시민 대다수의 표를 얻겠다는 정치적 계산에 의해 지정됐다"고 꼬집었다.

당사자 주민들에게는 설명회 한 번 안하고 이주대책과 보상대책, 심지어 지정 소식까지 알려주지 않은 것부터 주민들의 감정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은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잖아요. 경제자유구역 테두리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손해를 보거나 말거나 표를 잃어봐야 소수라는 거지. 하지만 대다수 충주시민들은 충주를 발전시키는 큰일을 한 것으로 보고 환영하는 분위기잖아요. 정치인들의 당연한 습성이지만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살아온 주민들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아 불편스러워요."

 

 

 

 

▲ 충주에코폴리스 사업이 인근 공군부대로 인한 고도제한과 소음피해 문제, 각종 도로 관통에 따른 단지 효율성 문제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충주시 관계자들과 본지 기자들이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김용수

 

김 이장은 "주민대책위원회까지 꾸려졌지만 찾아와서 만날 생각조차 안하는 정치인들이 참으로 답답하다"고 했다.

충주에코폴리스 지구 주민들은 보상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조정지댐 건너에 위치한 공군 제19전투비행단으로 인해 소음피해 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차 보상을 받았고 이달 중 2차 보상협의가 끝난다. 주민들은 소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선산이 있고, 평생 살아온 터전을 버릴 수 없는 만큼 원주민 의견에 귀 기울여 달라는 것이 호소의 핵심이다.

주민대책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미산마을 김영택(52) 이장은 "처음부터 경제자유구역은 주민들이 원해서 된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이장은 "정작 충주 에코폴리스 지구 주민들에게는 환영도 못 받으면서 다른 동네를 다니며 치사를 하고 다닌다"고 노골적 불쾌감을 드러낸 뒤 "충주에코폴리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지정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만약 도지사가 개발을 포기한다고 결정하면 반발할 주민보다 환영할 주민이 더 많을 것이라고도 했다.

중부내륙철도와 평택~삼척고속도로, 국도 38호, 지방도 599호, 충주시도 11호선이 관통하는 에코폴리스 지구의 민심은 어지럽게 분할된 토지, 어수선하게 걸린 현수막만큼이나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

주민대책위는 이달 중 대책위원회 사무실을 마련하고 현판식도 가질 계획이다. 얼마쯤 대화가 진행됐을까. 조정지 댐 건너 공군 19전투비행단에서 시작된 비행기 소음이 대화 내용을 일부 집어삼키고 달아났다. / 김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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