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공장 악취로 고통받는 진천 이월면 성평마을 르포]

 

 

"손자 손녀들이 다 내려오는데 올 추석을 보내기가 겁나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년째 이런 쾌쾌한 냄새를 맡고 살아야하는지…."

국내 대표적인 닭고기 전문 기업인 (주)체리부로 공장의 인근 주민들이 악취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산 너머에 위치한 체리부로 공장의 랜더링(고열로 사체를 완전 멸균하는 것)시설에서 나오는 악취가 마을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당장의 생활이 곤란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주장하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으나 행정당국과 체리부로는 손을 놓은 지 오래다.

진천군 이월면 동성리 성평마을은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을 곳곳에선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눈에 보이는 집들마다 창문이 굳게 닫혀있고 인적조차 뜸했다.

경로당을 찾아가니 노인분들이 "이런 무더위에 창문도 못 열고 어떻게 살으란 말여. 냄새땜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라고 불만이 꼬리를 물었다.

"날씨가 좋으면 비린내가 덜 나는데 안개가 끼고 저기압때는 수증기가 밑으로 내려와 더욱 심해. 대전환경청에서 집집마다 여론조사를 한지가 언젠데 묵묵부답이네."

"군의회에서도 매년 환경문제를 지적해오다 지금은 안하네. 잘못 뽑은 것 같아"

"랜더링 시설에서 수증기가 안 나올수는 없잖어. 굴뚝이 산보다 얕아 산을 타고 냄새가 우리 마을로 넘어오는겨. 굴뚝을 높이면 되지 않겠어"

저마다 불만과 함께 원인 분석, 대책까지 제시하는데서 오랜 기간의 불편이 더하게 들렸다.

잿들로 알려진 이월면 성평마을은 현재 20여 호가 산다. 1600년 경에 형성된 마을로 뒷산이 길게 성을 쌓아 놓은 것 같고, 마을 앞에는 넓은 들이 펼쳐져 있다.

농사가 주업인 이들은 몇년 전 군청으로 몰려가 데모도 했다. 바로 악취 때문이다.

비가 오고 동남풍이 주로 불때 더욱 심한 악취지만 그렇다고 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때그때 넘어가기 일쑤였다.

그러나 사상 유례없이 긴 장마를 보인 올해는 더욱 심했다.

비단 성평 마을만이 아니다.

체리부로 앞을 지나는 17번 국도의 운전자들도 악취피해를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진천군은 민원이 잇따르자 현장에서 공기를 포집해 충북도보건환경연구원 검사를 의뢰, 그 결과 기준치 15를 2배 넘는 30이 나오기도 했다.

군은 지난달 21일부터 한달간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개선권고 기간을 주기도 했다.

체리부로측은 두 차례에 걸쳐 개선 계획을 제출했으나 번번이 군으로부터 미흡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급기야 체리부로 측은 신공법인 자기처리활수장치를 설치하기로하고 오는 11월 5일까지 개선기간을 연장했다.

이번엔 체리부로가 악취를 해결할지 미지수지만 성평리 주민들은 그다지 믿지않는 분위기다.

한 주민은 "체리부로와 군이 진정으로 주민 불편을 헤아리고 악취해결 의지가 있다면 주민 사전 설명회 등 주민들의 양해를 먼저 구해야 한다"며 "더 이상 주민들을 우롱한다면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익규 / 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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