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긴박했던 'F-4E 이송작전'

 

4일 공군 제17전투비행단이 퇴역한 'F-4E 전투기'를 충북 청원과 청주의 도심 육로를 이용해 공군사관학교로 이송하고 있다. / 신동빈

 

[중부매일] 류제원 기자 =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 나지 않게 정신 차리면서 작전준비하란 말이야!"

지난 4일 오전 7시 10분. 찬 기운이 가시지 않아 어스름한 새벽 청주공항 활주로 한편에 놓인 F-4E 전투기 앞에서 30여명의 군인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공군 제17전투비행단(비행단)이 청원군 내수읍 비행단 소속 F-4E 전투기를 청주 도심 도로를 이용해 공군사관학교까지 이송하는 '도심속 전투기 이송작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현장은 사상 처음으로 전투기 원형을 그대로 옮기는 작업이라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때마침 청주공항 입구에서 활주로로 들어서는 250t급 대형 크레인 차량과 대형 화물차량. 전투기이송작전을 위해 현장에 왔다고 설명을 했지만, 미승인 차량이라는 이유로 공항공사 직원들이 진입을 막았다.

"공항 활주로는 특별한 구역입니다. 공항에서 정확히 허가승인을 받아야 하고, 출입증을 발부받아야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같은 공항청사 직원의 설명에 17전투비행단 관계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미승인 차량이라는 이유로 이송작전이 늦어질 경우, 도로통제나 일정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1시간여가 지난 뒤. 크레인과 대형 화물차량의 진입 승인이 떨어지자, 현장에 있던 군인들과 크레인 업체 직원들이 이번 이송작전을 총괄한 17전비 정비관리과 이강희 소령(공사 46기)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이송된 전투기는 지난 1990년부터 지난해 12월 5일까지 총 22년간 비행을 해온 F-4E 팬텀기. 긴 시간동안 수십명의 조종사를 거치고 단 한차례의 사고조차 없이 지난해 12월 31일 비행불가 판정을 받은 전투기다.

"전투기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이송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입니다. 저희도 이런 경험이 처음이어서 신기하기만 합니다."

공군 관계자들도 이같은 이송작전은 극히 드문 케이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도태된 전투기를 전시용으로 제작하기 위해선 비행단에서 부품을 일부 해체한 뒤 전시장 앞에서 재조립하기 때문이다.

공군 17전투비행단 정비관리과 정 민 상사는 "퇴역 전투기를 분해하고, 전시장에서 다시 재조립하는 데에만 평균 80~100여 일가량 소요됩니다. 이런 수고를 덜기 위해서 이번 이송작전을 계획하게 됐으며, 전투기가 청주 한복판을 지나면서 시민들의 볼거리를 제공하는데에도 그 의의가 있습니다"고 말했다.

정 민 상사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250t급 대형 크레인이 전투기와 연결되고 25t 특수평판트레일러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13t의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전투기가 크레인에 들리기 시작했다.

전투기가 하늘 위로 들리기 시작하자, 땅밑에선 전투기가 트레일러에 무사히 안착하는 작업을 돕기 위해 군인들이 밧줄을 이용해 방향을 잡았다.

전투기가 트레일러에 어느 정도 도달하게 되자 작전관과 담당관들의 눈초리가 더욱 매서워졌다. 전투기가 도로 밖으로 떨어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 치의 오차가 용납되지 않는 긴장된 상황이었다.

약 40여 분간의 공중작업이 끝나고 전투기가 트레일러에 안착하자, 군인들과 크레인 업체 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쉰 채 잠시 휴식을 가졌다.

그러자 이 전투기 조종석 해치가 열리면서, 안에 탑승했던 한 군인이 얼굴을 내밀고 상쾌한 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전투기에 탑승했던 이수종 준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를 위해 전투기에 계속 타고 있었습니다. 자동차로 말하자면 브레이크를 잡고 있는 겁니다"며 "앞으로 공군사관학교까지 계속해서 타고 가야 하는데, 더욱 힘들 것만 같습니다"고 했다.

약 3시간 가량의 긴박했던 작전이 끝나고, 전투기를 실은 트레일러는 경찰 순찰차 3대와 비행단 헌병대 차량, 정비차 5대 등의 호위를 받으면서 오창 시내를 지나 청주로 이송됐다.

전투기가 시내 도로 한복판에서 이송되는 이색풍경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탄성 소리와 함께 휴대폰 카메라 촬영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권서준(7·청원군 오창면)군은 "비행기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합니다. 저도 나중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멋진 군인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부 문수진(33·청주시 율량동)씨 역시 "아이들과 산책을 나오던 중 우연히 전투기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같이 사진을 많이 찍어 줬다"며 "전투기가 이송되는 이같은 행사가 많아지면서, 이를 지켜본 아이들이 더 큰 꿈을 키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송된 F-4E팬텀기는 오후 2시께 공군사관학교에 도착해, 공사 내부에 있는 공군박물관 일원에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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