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충남 천안시 두정동 마권장외발매소

[중부매일] 서병철·정구철·이보환 기자 = 취재진이 충남 천안시 두정동에 있는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를 찾은 시간은 지난 22일 낮 12시10분께.

화상경마장 건물 인근에서 차를 세우고 머뭇거리자 바로 주차장에서 안내원이 뛰어 나와 익숙한 몸짓으로 차를 안내하며 "종일 주차하는데 7천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상경마장을 처음 찾았다는 취재진에게 "오늘은 금요일이라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일반객장인 2, 3, 4층은 입장권이 1천 원, 1층은 6천 원, VIP객장인 5층은 1만4천 원"이라고 빠르게 설명했다.

바로 앞에 마련된 경마정보지 판매상에게 "처음 왔다"며 경마에 배팅하는 방법을 물으니 "객장에 올라가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며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당일 경마일정이 적힌 정보지와 컴퓨터용 사인펜을 쥐어주고 1천 원을 받았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2층 객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천정 아래 설치된 수십여 개의 작은 스크린과 넓게 펼쳐진 창구에 앉아 발매하는 20여 명의 안내직원들이 맨 먼저 눈에 들어왔다.

400여 개의 의자가 설치된 객장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스크린을 주시하는 사람과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경마지를 보는 사람, 의자에 앉아 조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들이 보였다.

서너명씩 모여 경마정보지를 펼쳐 놓고 각자의 주장을 펼치며 옥신각신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하나 같이 초라한 행색에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40∼60대 정도로 보였다.

지나칠 때마다 술냄새가 풍겨 아직 취기가 가시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듯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지만 대부분 거의 자리를 뜨지 않은 채 경마정보지와 스크린만 주시하고 있었다.

화상경마장 한 쪽에 마련된 편의점에서는 간단한 요깃거리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다. 편의점에서는 일반적으로 취급하는 제품인 다과류와 음료수 외에 만두와 어묵, 빵, 떡 등 간식과 포장 도시락 등을 팔고 있었다.

대부분 밖에 나가지 않고 이 곳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듯 보였다.

객장 한 구석에 20여 평 정도 크기로 마련된 흡연실에는 무려 60∼70명의 사람들이 붐볐다.

여러 대의 환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이들이 내뿜는 담배연기를 추단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해 자욱한 상태였다.

"30초 후에 12시20분에 시작하는 부산경마장의 경마중계가 있습니다"라는 방송이 흘러 나왔다.

갑자기 객장이 술렁였고 흡연실에 있던 사람들도 일제히 객장으로 나왔다.

각자 손에 자신이 배팅한 경주마의 번호가 적힌 쪽지를 쥐고 일제히 스크린을 주시했다.

선두로 질주하는 경주마가 결승선을 통과하자 여기저기서 "그래 그래"하는 소리와 "어, 어, 어"하는 격려와 아쉬움이 교차하더니 끝내 탄식과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5번 말×× 잘 가다가 ××이네"

5번 말에 배팅했다가 실패한 50대는 심한 욕설과 함께 5번 말을 원망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에이 ×× 처음 생각대로 4번 말에 걸었어야 했는데…"

여기 저기서 원망과 아쉬움이 흘러 나왔다.

모자를 눌러 쓴 한 60대 남자는 "오늘은 그래도 3만5천원으로 본전은 했으니 막걸리나 한 잔 해야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택시기사인 듯한 남자는 "이러다간 오늘도 사납금을 못채우겠다"며 다시 발매창구로 향했다.

이날 30여 분 간격으로 진행된 경마는 오전 11시5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총 15회가 진행됐다. 2층과 같은 넓이로 마련된 이 건물 3층 객장은 무인 자동발매기가 25대나 설치돼 있었다.나머지 층 역시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로 붐비는 객장과는 달리 사람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지만 인근 식당에서도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화상경마장 인근에는 '긴급대출! 자동차, 부동산, 귀금속, 전자제품'이라는 전당포 현수막이 여기저기 나붙어 있었다.화상경마장 건물 인근에는 휴게텔과 마사지숍 등 퇴폐영업을 하는 듯한 업소들이 10여 개 이상 들어서 있었다.

어묵과 붕어빵을 파는 바로 앞 포장마차에는 몇몇 사람들이 선 채로 따뜻한 어묵국물로 취기를 녹이는 듯 진한 술냄새가 풍겼다.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3번 말이 잘 가다가 ××하는 바람에 오늘도 초쳤네. 빨리 가서 다음 말 잡아야지"라며 이내 자리를 떴다.

포장마차 주인은 취재진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은 뒤 충주에서 왔다고 하자 "거기 화상경마장 때문에 시끄러운 곳 아니냐. 화상경마장이 들어서면 여러 사람 신세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화상경마장에 처음 왔다"고 밝힌 취재진에게 "아예 손도 대지 말고 돌아가라"고 권유했다. "화상경마장에 손 대면 본인이 패가 망신하는 것은 물론, 여기저기 돈을 빌려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피해를 보게된다"고 덧붙였다.

화상경마장에서 보낸 하루 동안 마치 우리사회의 못 볼 모습을 본 것 같아 돌아오는 내내 씁쓸했다.

현재 천안과 같은 화상경마장은 전국에 30개나 운영되고 있고 한국마사회는 올해 5군데를 추가로 신청받을 계획이다. 서병철·정구철·이보환 / 북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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