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빨리 사건을 해결하려면 주말에도 나와야지요. 그때(사건 해결뒤) 가서 마음껏 쉬면 되지 않겠어요"

충북 청주 여고생 실종사건이 한 달을 맞았다. 경찰이 휴일과 주말까지 몽땅 바쳐 사건 해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다.

한 달이 넘도록 사건에 매달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사를 벌이며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청주청남경찰서 강력3팀을 만나 그들의 하루를 함께해 봤다.

95주년 삼일절이자 봄기운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지난 1일 오전 9시, 청주청남경찰서 강력팀 사무실.

조금은 수척해 보이는 전성민 팀장과 허재영, 유동현, 윤병민 형사 등 강력3팀 형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휴일이지만 예정된 수사를 위해 아침 회의를 하면서 오늘 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점검해본다.

이런 일도 벌써 수십 차례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오늘은 기필코 사건 해결을 위한 작은 단서라도 찾겠다는 의지에 형사들의 눈은 금세 빛난다.

오전 10시, 수색이 예정된 가경동 일대.

경찰서로 서둘러 나오느라 아침도 거른 형사들이 근처 전통시장에서 어묵과 만두로 늦은 아침과 이른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다.

전 팀장은 "아무래도 오늘 예정된 수사를 다 소화하려면 제때 점심을 하지 못할 것 같아 이렇게 '아점(아침 겸 점심)'으로 대충 때워야 한다"며 기자에게도 어묵 꼬치를 건넨다.

대충 끼니를 해결한 형사들의 발길은 더 바빠진다. 오전에 해야 할 일은 가경동 주변 하천의 하수구 수색과 상가 탐문.

전 팀장이 어느새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챙겨 신고 역한 냄새가 뿜어져 나오는 어두컴컴한 하수구로 몸을 거침없이 내던진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하수구 입구로 몸을 다시 드러낸 전 팀장이 다른 형사들에게 안을 살펴본 내용을 간단히 설명한다.

비슷한 작업은 2시간 동안 하천 2~3㎞ 걸쳐 7~8개 하수구에서 계속 반복됐다. 전 팀장과 형사들의 표정에서는 별 소득이 없음이 묻어난다.

"이렇게 발품이라도 팔아서 단서를 찾아 사건이 해결되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한숨 섞인 말을 내뱉는 허 형사의 얼굴에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오후 1시 이제는 탐문수사다.

인근 상가를 돌면서 실종된 이모(18)양의 모습이 담긴 전단을 나눠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직도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어요? 그 부모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겠네. 얼른 사건이 해결돼야 할 텐데…"

전단을 나눠주며 듣는 말은 대부분 비슷하다. 이런 말을 듣는 전 팀장과 형사들은 마치 죄인이 된 듯 답답하기만 하다.

그 누구보다 사건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사람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부적까지 가지고 다닐까.

오후 3시. 이제는 지루함과의 싸움이다.

그동안 놓친 것은 없을까 싶어 CCTV를 다시 한 번 분석해야 한다.

그동안 수없이 봐온 CCTV를 다시 몇 시간 동안 들여다 보는 일은 곤혹스럽다. 하지만 작은 장면 하나라도 놓칠까 봐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오늘도 큰 성과가 없다. 큰 성과는 고사하고 작은 것 하나도 건지지 못한 아쉬움을 품고 전 팀장과 형사들은 오후 6시 저녁 회의를 한다.

수사하면서 놓친 것은 없는지, 부족했던 것이 있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점검하면서 내일을 준비한다.

강력3팀을 비롯해 사건 전담팀에게 이런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주말은 물론 밤낮 가리지 않고 사건에 매달리다 보니 가정에 소홀한 것은 당연지사.

허재영 형사는 "주말이면 애들이 놀러 가자고 하는데 어디 그럴 수 있나요. 먼저 사건을 해결해야 하고 내가 빠지면 다른 직원이 고생하는데"라며 피곤함을 미소로 대신했다.

'별다른 소득이 없어도 사건을 마무리할 때까지 수사를 게을리할 수 없다'며 전 팀장과 팀원들은 고되고 지친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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