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직격탄' 지역현장 르포]상가·유흥주점 발길 뚝 … 골프장 예약도 취소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산 사람마저 입에 거미줄을 쳐야 할 형편입니다"

 충주시 연수동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A(52)씨는 "요즘은 손님도 없는데다 주변의 눈총마저 편치 않아 거의 가게 문을 닫아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가게 바로 인근에 있는 편의점 야외 탁자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유흥주점들이다.

 국가적인 추모 분위기 속에서 유흥주점을 찾는 간 큰(?)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흥주점들이 밀집해 이른바 술집 골목으로 불리는 충주도심의 일부 지역은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늦은 시간까지 북적거리던 예전의 풍경은 찾아 볼 수 없다.

 인근에 위치한 식당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단체로 회식하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 건배가 이어지던 예전의 모습은 없고 군데군데 손님들 몇몇이 식사를 하며 침울한 모습으로 TV에서 나오는 세월호 침몰사건 특보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 지역 식당들은 대부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침몰사건의 여파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농번기가 시작되기 이전인 4, 5월에 가장 호황을 기대했던 관광버스회사들은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충주에서 관광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김대형(58) 대표는 지난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제 하루에만 예약된 버스 8건이 취소됐고 28일부터는 아예 예약된 건조차 없다"며 "단체관광은 예악을 받을 생각도 못하고 주말이나 일요일 예식 때문에 사전에 예약된 버스만 겨우 운행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관광버스 회사들은 수학여행을 비롯해 단체관광의 가장 성수기인 4월과 5월 2개월 정도 일해서 6개월 정도를 먹고 살아야 하는데 모두 취소되다 보니 앞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갈 일이 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봄을 맞아 가장 호황을 기대했던 골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예전 같으면 한창 부킹전쟁으로 골프장들의 콧대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야 할 시기지만 예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주말과 휴일에도 골프장 주차장은 여기저기 비어있다.

 일부 골프장은 취소된 예약 시간대를 채우기 위해 그린피 할인과 조식 제공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전화 문자로 단골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골프장 관계자 B씨는 "아무래도 주말과 휴일에는 공직자들이나 공기업 등에 종사하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 편인데 골프금지령이 내리면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일반인들 역시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대부분의 단체예약을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다 못해 수퍼와 안경점까지 이번 사고로 불황을 겪는 등 우리 사회 각 부문에 걸쳐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는 경제적인 파급효과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인 곳은 이번 사고의 가장 큰 당사자인 각급 학교다.

 각 학교는 수학여행을 비롯해 수련회나 소풍, 체육대회 등 각종 단체행사를 모두 최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해 학사일정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보다 심각한 것은 교사와 학생들의 동요다.

 충주 C고등학교 D(52) 교사는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동요가 심해 도저히 시험분위기를 잡기가 힘들다"며 "너무 엄청난 사고를 접하다 보니 대부분의 교사와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거의 패닉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교사들은 학생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기성세대로서의 죄책감과 자괴감 때문에 학생들을 대하기조차 두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6·4지방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둔 예비후보자들도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격이다.

 선거를 4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마음은 조급하지만 자칫 선거 행보를 잘못 보였다가는 여론의 가혹한 심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자들은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밀더라도 명함 한 장 내미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그나마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은 나은 편이지만 유권자들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려야 하는 정치초보생들은 내색도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한 시의원 예비후보자는 "갈 길은 바쁜데 전혀 움직일 수가 없어 속병이 생길 지경"이라며 "지방선거도 중요한데 이같은 분위기로 지속될 수는 없는 만큼, 여야 정치권에서 조만간 지방선거에 대한 모종의 결정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이처럼 전체 사회가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가라앉다 보니 일부에서는 정치권에서부터 사회 분위기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사고 속보와 특종 경쟁에만 올인하고 있는 각 언론에 대해서도 원망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시민 박모(48·충주시 용산동) 씨는 "사고가 난 지 열흘 가까이 지났지만 TV를 켜거나 신문을 펼치면 하나같이 세월호 사고 소식만으로 도배되고 있다"며 "한 쪽으로는 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과 문제점을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평상심을 찾고 사회 분위기를 전환하는데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모순과 문제점을 드러낸 최악의 참사"라며 "절대 잊어서는 안되지만 이를 계기로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 침체된 사회분위기를 조속히 극복하는데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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