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안산 단원고·합동분향소 르포

마지막 가는 길, 배고프지 않길…'세월호' 침몰사고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안산 단원고등학교를 찾는 애도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 정문 앞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사람들이 남겨놓은 음식과 메시지들이 가득 쌓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신동빈 / 안산

 

 

 


"얘들아 너희를 지켜주지 못한 못난 어른이여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관련기사 2·3면〉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던 지난 25일 오전 11시 경찰의 교통지도 호루라기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앞. 수십여명의 시민들이 학교 정문 앞에 모여있다. 운명을 달리 한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다.

학교 정문에는 수백여개의 흰 국화가 놓여 있었으며, 시민들은 실종자들이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메모지에는 "아이들이 꼭 돌아올 수 있도록 기적을 기도합니다.", "후배들아 정든 학교품으로 어서 돌아와, 정말 보고싶다.", "XXX야 여기가 진정 천국이란다. 빨리 돌아오렴"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한 아이들이 평소 좋아하던 과자와 빵 등을 놓아두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운구차 나갑니다. 다들 비켜주세요."

학교 관계자들과 경찰들의 지도 속에 A(17)군의 시신을 태운 운구차가 정든 학교를 빠져 나갔다.

시민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가던 걸음을 멈추고 운구차를 향해 묵념을 했다.

침통한 분위기 속에 울음을 참지 못하고 오열하는 모습도 보였다.

"같은 마을에서 한 번쯤 봤었을 친구였을 텐데…, 차가운 바닷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제가 아이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더 가슴이 아픕니다."

같은 시각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 제단에는 숨진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나란히 놓여 슬픔에 빠진 조문객들을 맞았다. 26일까지 분향소에는 단원고 학생·교사 116명과 부천의 초등학생 가족 등 모두 119명의 위패와 영정사진이 안치됐다.

조문객들은 한 송이의 국화를 든 채 고인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제단 앞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묵념을 하던 시민들은 도중 눈물을 흘렸다.

한 50대 남성은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를 하던 중 영정사진을 바라보지 못하고 제단을 부여잡은 채 오열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여성은 "충남 천안에서 안산에 업무차 왔는데 학생들의 무사귀환과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합동분향소를 찾았다"며 "합동분향소에 놓여진 아이들의 환한 얼굴을 보자 눈물이 나기도 하고, 무언가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합동분향소 안에도 '언니 오빠들의 환한 웃음을 다시 보고 싶어요', '봄을 맞아 밖에는 꽃이 만개하고 있단다. 18살 꽃다운 청춘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이여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아들 딸들아'라는 내용을 담은 메모지 수 만장과, 빽빽이 쓴 손편지가 벽면이 부족할 정도로 빼곡히 붙어 있었다.

안산에 거주하는 주현지(34·여)씨는 "이러한 광경을 계속 지켜본다는 것이 버티기 힘든 건 사실이지만,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지는 않고 있다"며 "이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매일같이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고 말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안산시민들은 우리의 아들 딸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다시 한번 기적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류제원 / 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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