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A팀과 B팀이 축구경기를 하고 있다. B팀이 지고 있는 상황. 심판이 갑자기 후반전 20분을 남기고 경기종료 휘슬을 불어버렸다. 약속이 있어 일찍 가야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B팀 선수들이 항의하자 심판은 이들을 퇴장시켜버렸다. 그 심판이 B팀의 구단주였기 때문이다. 황당한 일이다. 그런데 유사한 일이 재판과정에서 담당판사와 국선전담변호사 사이에서 있었다.

그 전말을 알기 전에 먼저 국선전담변호사에 대해 알아보자.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미성년자이거나 경제사정 등으로 사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을 경우 피고인의 청구 또는 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임해줄 수 있는데, 그 변호인이 국선변호인이고, 형사사건만 '전담'하는 변호사를 국선전담변호사 라고 한다.

국선변호인 제도는 헌법 제12조에 의해 보장돼 형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피고인의 구속되는 경우 미성년자, 70세 이상, 심신장애 의심, 법정형이 징역 3년이상인 사건, 빈곤 등의 경우에 국선변호인이 선임된다.

최근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히트하면서 '국선전담' 변호사가 새삼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국선전담변호사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졌단다. 최근 변호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국선전담변호사의 경쟁률이 높아졌고, 또 안정적으로 2년간 고정수입을 얻고, 두번 더 재위촉을 받을 수 있어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자. 대한변호사협회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이렇다. <올 7월경 현직 판사가 형사재판과 관련한 국선변호인선정 취소결정문 작성일자를 허위로 기재해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언론에는 단순히 해당 판사의 부주의 혹은 실무관의 착오로 취소결정문을 작성하지 않다가 판결선고후 이를 알고 날짜를 허위 기재했다고 하나, 관보에 게재된 법관징계처분내용은 이와 다르다.

관보에 의하면 국선변호인선정취소결정은 판결선고 후인 2012년 10월 2일에 하였고, 그 취소일을 2012년 9월 10일로 허위기재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국선전담변호사의 주장에 의하면 "2012년 9월 28일에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해당 판사는 국선변호인인 자신에게 부동의한 증거들을 모두 동의하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불응하자 변론종결후 즉시 판결을 선고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2년 10월 2일 "해당 판사가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현직 판사가 공문서를 허위로 기재했다는 것도 커다란 충격이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독립적 지위에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변론을 하는 국선전담변호사에게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부동의 증거들을 모두 동의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이 가능한 것은 국선전담변호사가 판사 자신의 인사상 감독을 받기 때문이다. 이 국선전담변호사는 판사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했지만, 결국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당했고, 이후 국선전담변호사로 재위촉되지 않았다.>재판은 '객관성'이 생명이다. 검사는 피해자를, 변호인은 피고인을 위해 싸우지만, 판사는 당사자는 물론 검사, 변호사로부터도 자유롭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각자가 '신분상'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검사는 법무부장관이, 판사는 대법원장이, 변호인은 피고인이 각 선임하는 것이다. 이는 사법의 본질이다. 그런데 예외가 국선전담변호사다. 국선전담변호사는 피고인을 위한 변호인인데, 형식적으로 외부인사가 포함된 위원회를 거치지만 실질적으로 인사권이 법원에 있다. 그중에서도 담당 판사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그동안 법원의 관리·감독을 받는 국선전담변호사가 과연 법원에 맞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제대로 변론할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해왔는데, 이번 사건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임을 보여준다.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도입된지 10년. 재검토를 해봐야 할 시점이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선전담변호사 관리·감독 권한을 대한변호사협회로 이관해야 한다. 그것이 사법의 본질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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