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 유람선 '구담호' 르포]2회 확인했더니 정원 195명에 50·74명 더 태워금주·금연구역서 버젓이 담배 피우고 맥주 마셔

 

지난 4월 세월호 여객선 참사 이 후 안전 불감증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20년 전인 1994년 10월 24일 유람선 참사가 일어났던 충주호에서 운행하는 일부 유람선들이 여전히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단양군 장회나루 선착장에서 정원이 195명인 유람선에 260여명의 관광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 신동빈

 

 

19일 오후 3시 30분 단양군 단성면 월악로 장회나루.

충주호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이 시야에 들어오자 서울과 수원, 청주 등 전국에서 단양팔경과 단풍을 만끽하려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선착장으로 몰렸다.

선착장으로 진입하던 유람선은 승선중량을 표시하는 '만재흘수선'이 물밑으로 가려진 채 운행해 육안으로도 과적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장회나루를 출발해 옥순봉을 돌아오는 1시간 코스로 운행하는 '구담호'가 선착장에 쏟아 놓은 승객은 모두 240여 명. 정원 195명을 무려 50여명이나 초과한 것이다.

승객들이 모두 내리자 '구담호' 승무원들은 안전점검도 없이 간단한 청소만 한 뒤 승객을 다시 태우기 시작했다.

10여분 뒤 취재기자들이 올라 탄 유람선에는 정원 195명이 넘는 승객들이 이미 승선했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정원을 무시한 채 줄선 승객들을 더 태웠다.

유람선은 출발도 하지 않았으나, '만재흘수선'이 물에 가려졌다. 과적 승선 탓인지 배가 왼쪽으로 슬며시 기울어지는 모습도 목격됐다.

구담호 승선자는 승무원(선장 1명 직원 2명)을 포함해 모두 269명에 달했다. 정원 195명 보다 무려 74명을 더 태운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일부 관광객들이 유람선 운항 시 흡연금지 규정을 지키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 금주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맥주캔이 갑판위에 떡하니 올려져 있다. / 엄기찬

 

 


10여분 뒤인 오후 3시 40분 출항과 함께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시작됐다.

"우리 배에 승선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 유람선은 단양8경 일부를 유람하는 배로…"

세월호 사고 이후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위치 설명이나 안전수칙교육과 비상장비 착용 체험 등 승무원 안전교육·시범 등이 강조되고 있으나 '구명동의는 의자 밑에 있습니다'라는 안내방송으로만 급하게 마무리 했다.

유람선 2층으로 올라가자 승객들은 위험천만하게 안전 울타리를 넘어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이를 통제하거나 안전수칙에 대해 설명하는 승무원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유람선은 금연·금주구역이지만, 곳곳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거나 자신들이 가져온 술을 마시는 승객도 보였다.

중부매일 취재진 2명은 이날 오후 3시 30분부터 선착장에서 유람선 하선 승객들을 전수 조사했다. 이어 오후 3시 40분 출발한 선박에 승선했다 하선하는 승객 전원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승선자를 조사했다.

충주호유람선 관계자는 "오후 3시 40분 출발한 구담호 승선자는 192명으로 확인됐다"며 "선착장에서 승선하면서 3~4명의 인원차는 있을 수 있다. 수십명씩 승선자를 초과하는 것은 있을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충북도는 지난 5월 7일 충주호 충주나루에서 34개 긴급구조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유람선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사고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충주호 관광선도 세월호 사고 이후 오래된 구명조끼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등 안전점검을 벌였으나, 현장에서는 안전불감증이 여전했다.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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