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TX 호남고속철 시승기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에 들었을 뿐 아니라 주변 역세권 개발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26일 오후 2시 철도시설공단 주최로 열린 호남고속철도 시승회 현장. 오송역 플랫폼에 올라서는 순간 오송역과 광주송정역을 오갈 새 열차 'KTX 산천Ⅱ'가 당당한 위용을 뽐내며 마중나와 있었다.

열차 머리 윗 부분의 강렬한 와인색 머리띠(?)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기존 파란색 KTX의 깔끔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혹여 "달릴 준비가 돼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세모 모양이었던 머리 부분도 사뭇 달라졌다. 무게중심을 낮추기위해 지면쪽으로 더욱 낮춘 모습은 마치 초음속 전투기 머리모양처럼 둥글면서도 날렵한 모습을 갖췄다.

이처럼 변화를 준 이유는 공기 저항을 줄여 시속 350㎞ 이상을 내기 위해 고안됐다고 관계자가 설명했다.

실내에 들어섰다. 고객 편의에 애쓴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특히 좌석간격이 넓어졌다. 공단 관계자는 기존 고속철도 차량보다 5.7㎝ 늘려 무릎공간이 14.3㎝에서 20㎝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층을 겨냥한 시설도 눈에 띄었다. 4G모뎀 설치로 무선인터넷속도가 10배 빨라졌다. 좌석마다 전원콘센트도 설치됐다. 기존 KTX엔 특실에서나 누릴수 있던 혜택을 일반석에서도 누릴수 있게 된 것이다. 노트북이나 모바일 사용이 잦은 회사원이나 젊은층들에게는 희소식이나 다름 없었다.

오송역을 떠난지 5분여쯤 됐을까. 실내 모니터에 시속 300㎞를 금세 넘나들었다. 더군다나 소음은 줄었다. 특수 흡음소재를 차량 천장과 벽, 바닥에 깔아 외부 소음이 침입할 틈을 막은 덕분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송을 떠난 열차는 24분만에 익산역에 도착했다. '광속 질주' 속에서 옆 사람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정읍역을 지나쳐 55분만에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탑승객들은 "그동안 충북에서 광주까지 2시간 30분∼3시간이 소요됐는데 이제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며 웅성거렸다.

옆자리에 함께한 박선규 오송읍 노인회장은 "많은 역경과 노력의 결실을 비로소 오늘 몸소 느끼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며 "오송역이 분기역으로서 역할을 다 해 낸다면 충북발전을 넘어 지방발전까지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송역의 경우 오는 4월부터 경부·호남고속철도의 'Y자'의 분기점이 되는 곳이다. 오송역은 현재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있는 곳으로 호남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오송역 활성화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과 호남 등 전국 2시간대 접근성이 가능해진 만큼 앞으로 국내 유일 분기역인 오송역이 국가 철도망 중심으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또 국가철도망 X축의 중심으로 국가 교통과 물류, 국민생활의 새로운 거점으로 위상이 크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려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시승식을 함께한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경부고속철도 개통때 지역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얼마 가지 못해 부산 등 수도권 발전 집중이라는 '빨대현상'이 발생됐다"며 "호남고속철도 역시 개통 후 더 구체적인 균형발전 방안으로 수도권 집중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 이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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