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의 노력 '방사 성공'… 토요오카 들녘 날았다

효고현 토요오카시 논과 밭, 하천에는 70여 마리의 황새가 야생하고 있다. 농촌마을 앞 논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황새의 모습./ 토요오카시 제공


1971년 일본의 자연에서 사라진 황새는 지방정부 효고현(兵庫縣)의 40여 년에 걸친 노력 끝에 토요오카시(豊岡市) 들녘에서 다시 날갯짓을 하고 있다. 효고현은 황새가 사라지자 1985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시에서 3쌍의 젊은 황새를 양도받아 인공사육을 통해 개체수를 늘려 2005년 9월 24일 암수 5마리를 자연방사 했다. 2007년에는 야외 번식에 성공해 토요오카시 분지의 하천과 논, 밭, 들녘에는 요즘 7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황새는 길조(吉鳥) 대접을 받아 친숙한 텃새였다. 일본서기(日本書紀·일본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정사)에 설화가 기록됐을 정도로 역사도 깊다. 황새의 옛 이름을 딴 구쿠히 신사(久久比神社)가 있을 정도이다. 일년내내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기후 여건도 긍정적 역할을 해 에도시대(江戶時代·1868년 이전)까지 전국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1868~1912년) 부터 남획과 서식환경이 악화되면서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황새를 박제용으로 노획한 데다 일부지역에서는 잡아 먹는 풍습이 남아 멸종의 길을 걸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전쟁물자를 조달하느라 소나무가 대량으로 벌채됐다. 소나무 뿌리에서 기름을 채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황새가 번식용 둥지를 틀 소나무가 사라지면서 서식환경은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 산업화와 고도의 경제성장 정책이 추진되면서 농업현대화와 식량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되면서 황새는 생활 근거지를 완전히 잃었다. 효고현 토요오카시는 결국 마지막 서식지가 됐다.
 

2005년 효고현 토요오카시가 인공 사육한 황새를 세계 최초로 자연방사하는 장면./ 토요오카시 제공

일본은 황새 서식환경이 날로 악화되는 사태를 그냥 지켜보지는 않았다. 1930년대까지 100마리에 달하던 황새가 30여 년만에 수십마리로 줄자 토요오카시는 1955년부터 황새보호운동을 시작했다. 일본 조류보호연맹 야마시나 요시마로 이사장이 효고현 사카모토 마사루 지사를 만나 황새 보호 운동을 제안했다. 사카모토 지사가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면서 '황새보호협찬회'가 출범했다. 효고현 지사와 토요오카 시장이 명예회장과 회장을 맡는 조직은 탄력을 받았다. 1956년 정부가 국가 특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시민들과 지자체가 본격적인 보호활동을 시작했다. 효고현 차원의 보호운동도 이 무렵 시작됐다. 번식기에 놀라지 않게 하자는 황새 가만두기 운동과 먹이를 논과 하천에 방류하는 미꾸라지 한 마리 운동, 먹이값을 모으는 사랑의 모금운동 등 다양한 캠페인이 전개됐다. 둥지를 틀 수 있는 인공둥지탑도 설치했다.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생 황새 개체수가 12마리까지 줄었다. 결국 1967년에는 야생 황새를 가둬 인공사육을 시작했다. 그러나 황새가 노령화 된 데다 근친교배에 의한 유전자 약화, 체내 잔류농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공번식은 불가능 했다.

1971년 토요오카 야생에 홀로 남아있던 마지막 황새가 개에게 쫓기다 부상을 입어 당국이 보호조치를 시작했으나, 장폐색과 만성감염으로 죽었다. 일본 야생 황새의 멸종 이었다.

황새가 일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무렵 효고현은 우호교류를 맺은 러시아 하바롭스크 지방의 지방집행위원회로부터 3쌍을 기증 받아 인공 번식을 다시 시작했다. 수컷 4마리와 암컷 2마리를 들여와 시작한 인공번식은 1989년 결실을 맺었다. 도쿄 다마동물공원이 부화를 시도한 4개의 알 중 3개에서 새끼가 탄생했다. 효고현 토요오카시가 두번째로 성공하면서 인공번식은 탄력을 받았다.
 

황새와 동물, 인간이 공생했던 시절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진. 황새가 먹이활동을 하천에 농부가 소를 몰고 지나가고 있다. 1960년대 이전 촬영된 토요오카 하천의 모습이다./ 토요오카시 제공

효고현은 황새 70마리 확보했던 2001년 토요오카시에 황새자연방사지를 조성한 후 현립 황새문화관을 건립했다. 효고현은 결국 2005년 9월 24일 토요오카시 황새문화관 앞 들녘에 5마리를 방사했다. 멸종 44년만에 이루어진 역사적인 일이었다.

우에다 히사시(上田尙志) 토요오카시립 황새문화관 관장(황새 시민연구소 대표)은 "40여 년의 노력 끝에 황새가 토요오카 하늘을 날았다"며 "세계 최초로 자연방사하는 장면을 지켜보려 국내외에서 3천500여 명이 찾았다"고 회고했다. / 기획취재팀
 

일본 황새의 멸종 … 증식·야생복귀 경위


◆ 메이지 시대(1868년~1912년)
▶1895년= 메이지 시대 접어들어 황새 감소, 수렵법 공포 보호 활동
▶1908년= 보호새 지정. 총기 포획 금지

◆ 다이쇼 시대(1912년~1926년)·쇼와시대(1926년~1989년)
▶1921년= 이즈시 사쿠라오 지역 황새 번식지 쓰루마산 천연기념물 지정
▶1934년= 황새 개체 수 급증, 서식지 20여곳으로 확대
▶1950년= 농약 사용 일반화 먹이생물 감소
▶1956년= 특별천연기념물 지정
▶1955년= 사카모토 마사루 효고현 지사 발의로 황새보호협찬회 발족
▶1971년= 일본 최후의 야생 황새 토요오카 분지서 멸종
▶1989년= 러시아 기증 황새 인공 번식 성공

◆ 헤이세이 시대(1989년~현재)
▶1994년= 황새장래구상조사위원회, 황새기본구상 수립
▶1999년= 효고현립 황새고향공원 개장
▶2003년= 황새 야생복귀추진계획 수립
▶2005년= 사육 황새 5마리 방사
▶2011년= 야생복귀 그랜드 디자인 수립
▶2012년= 야생 황새 한쌍 번식 성공(제3세대 탄생)
▶2015년= 야생 황새 70여 마리로 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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