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아시아나 항공기. /중부매일DB

국내 MRO(항공정비산업) 시장 규모는 줄잡아 2조 5천억대(2013년 기준)로 추산된다. 이 중 대한항공이 연간 8천600억원 규모의 수요를 지니고 있다. 대한항공은 80%를 자체 정비하고, 나머지는 해외업체에 의존한다.

아시아나 항공의 항공정비 물량은 5천억원 규모다. 대한항공과 달리 70%를 해외업체에 맡긴다. 국내에서 처리 가능한 규모는 30%에 머물고 있다.

군수(軍需) 물량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략 연간 1조 5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쏟아 낸다. 군 특성상 30%는 자체에서 소화하고, 70%는 해외 등 외주에 의존한다. 이 밖에 저가항공사(LCC)은 연간 1천200억원 정도이다.

국토교통부가 2008년 무렵 청주공항을 항공정비사업 시범단지로 지정한 것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민수와 군수 정비물량을 국내로 흡수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사업을 하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다. 국내외 물량을 소화 할 수 있는 제대로 시설을 갖추려면 현재 시점에서도 5천억원에서 6천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 투자 비용을 회수하려면 10년, 20년이 소요된다. 그래서 민간기업 단독으로는 사업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2010년 충북도와 유효기간 2년의 MOU를 체결한 바 있었던 한국항공정비산업(KAI)가 국토부에 3천억원~4천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다소 황당한 요구를 했던 것도 이런 이유이다. 그래서 국토부는 한국공항공사를 통해 500억원~1천억원을 지원해 정비고를 건립해 줄 테니 일단 사업을 시작하자며 '간'을 맞추려 했다.

결국 국토부에 과다한 국비 지원만 요구하고, 충북도에는 단지조성이 늦다며 타박했던 KAI는 경남 사천을 택했다. 돌이켜 보면 KAI의 경남행은 청주공항을 시범단지로 지정했던 국토부가 공모 방식으로 정책 변화를 꾀했던 것이 결정적 이었다.

아시아나는 KAI를 대신해 충북과 MOU를 체결한 후 항공정비사업 추진을 꾀했다. 2014년 12월 이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땅콩회항'으로 곤궁한 처지에 놓인 대한항공을 딛고 정부와 '교감'을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이후 1년 6개월이 경과하면서 아시아나가 금호산업 인수에 자금을 쏟아 부어 MRO를 살필 여건을 상실한 변수는 이었다. 그러나 충북은 아시아나의 어정쩡한 태도로 말미암아 새로운 방안을 찾기 어려웠다.

이런 와중에 충북민간사회단체 총연합회(충북 민사련)가 엊그제(7일) 일련의 상황에 대한 아시아나항공의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심지어 아시아나 항공 뿐만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자는 얘기였다. 이들은 국토부 장관의 사과와 함께 '시범단지'로 지정한 정책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내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작 돌팔매질을 해야할 곳이 어딘지 제대로 살펴야할 시점 아닌가 싶다. / 한인섭 부국장 겸 정치행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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