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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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월드시리즈 지진(World Series Earthquake)이 있다. 1989년 샌프란시스코의 캔들스틱 파크에서 월드 시리즈 3차전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대형 지진이 발생해 중단돼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당시 6.9의 강진이 샌프란시스코를 덮쳤다. 이 지진으로 63명이 사망하고 건축물과 고속도로 등이 붕괴되면서 50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재밌는 것은 지진발생 나흘 전 강진(强震)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신문에 제보 된 것이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아무도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진이 발생한 후 드러난 제보자는 제임스 버클랜드라는 지질학자였다. 그는 지질발생이 임박하면 애완동물의 실종신고가 급증한다는 통계를 10년째 연구하면서 지진가능성을 예측한데 이어 산타크루즈 해변의 돌고래들이 물위로 점프하는 것을 보고 지진을 확신했다고 한다.

강진은 그 지역에 가공(可恐)할 피해를 입힌다. 세기말인 1999년엔 유난히 강진이 잇따랐다. 8월 17일 터키 이즈미트의 지진으로 1만6천명이 사망하고 250억 달러의 물적 피해를 당했다. 그 해 9월 21일 대만 타이중에서 진도 7.6의 지진으로 2천474명이 사망하고 1만1천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 11월 12일 터키의 두즈체에서 발생한 지진은 진도 6.3에 834명이 사망하고 4천566명이 부상당한 20세기 마지막 대재앙이었다. 이후 2011년 3월 일본 도후쿠(東北) 지방을 강타한 진도 9.0의 강진은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발생한 지진 중 5번째로 강력한 지진이었다. 역사상 최강 지진은 1556년에 중국 산시성에서 발생했으며 83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지진을 예측하기 위한 도구를 만들었다. BC 1177년 이후부터 지진을 기록한 중국은 132년 천문학자인 장형(張衡)이 세계 첫 지진계를 발명했다. 1940년대엔 찰스 리히터가 지진이 일어날 때 분출되는 에너지의 양과 파괴력을 측정하는 리히터지진계가 개발됐다.

하지만 지난 12일 발생한 경북 경주 지진처럼 지진계가 있어도 지진을 예견하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지진의 징후를 동물에게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2011년 2월부터 일본에선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이시카현에서는 10마리의 산갈치가 해안에 쓸려오거나 그물에 잡혔다. 일본 도마야현과 쿄토, 나카사키에서도 산갈치가 잡히거나 출몰했다. 최대 몸길이 8m의 대형어류인 산갈치는 바다 깊숙한 곳에 사는데 해안에서 목격된 이후 한달만에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초대형 쓰나미가 몰려왔다.

2004년 아시아남부에 거대한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스리랑카도 큰 타격을 받았으나 얄라주립공원에선 단 한마리의 야생동물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멀리 이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들의 예지능력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어쩌면 지진의 징후를 미리 아는 것은 신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최첨단 과학장비든 동물의 예지력이든 지진의 징후를 최대한 빨리 알아내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강진을 무방비로 맞는다면 너무나 많은 것을 잃기 때문이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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