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2013년 3월 대통령 취임이후 첫 미국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통역없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단둘이 백악관 로즈가든 주변을 10여분간 산책했다. /뉴시스

2013년 3월 대통령 취임이후 첫 미국방문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통역없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단둘이 백악관 로즈가든 주변을 10여분간 산책했다. 다음날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행할 연설을 고민하던 박 대통령은 오바마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오바마는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여주는 것(Be natural)이 가장 좋은 방법" 이라고 대답했다. '소통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오바마의 '원포인트레슨'은 비단 연설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임기말을 맞고 있는 오바마는 요즘 언론의 노출빈도가 대선후보인 클린턴과 트럼프 못지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유권자들을 무기력하고 화나게 한 대선전 기간 미국에서 재미를 본 유일한 인물은 오바마라고 보도했다. 역대 선거사상 가장 비호감 후보 2명이 진흙탕 싸움을 벌인 이번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는 청중들로 부터 가장 인기를 끌었다. 갤럽이 조사해 지난 6일 발표한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은 56%였다. 미국에서 레임덕에 시달려야 할 현직 대통령이 이처럼 인기가 많은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30여 년 만이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라는 구중궁궐에서 공주처럼 자랐지만 오바마의 어린 시절은 전형적인 '흙수저'였다. 부모의 이혼, 그리고 '흑인'이라는 인종차별 속에서 절망적이고 희망이 없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오바마는 환경을 개척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덕목은 흑인 최초의 대통령이 된 것보다 퇴임이후에도 국민들에게 자랑스런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 배경엔 일자리 증가와 실업률 감소, 그리고 측근비리가 전혀 없었고 대선후보들이 서로 비난하는데 집중하면서 정권심판을 거의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따뜻하고 인간적이며 소통능력이 뛰어난 점이 국민들에게 어필됐다. 백악관을 방문했던 흑인 아이가 오바마의 곱슬머리가 자신의 머리와 똑같은지 궁금해 하자 망설임 없이 머리를 숙여주었다는 에피소드는 그의 소탈한 성품을 보여준다. 이때문에 불룸버그통신은 여론조사를 통해 만약 오바마가 대선후보로 나왔다면 트럼프를 12%p차이로 따돌리고 승리했을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퇴임이후 미국프로농구(NBA) 구단주나 벤처투자가 등으로 일하며 전용기를 타고 다닐 정도의 넉넉한 삶을 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회고록 출간을 통해 역대 대통령 중 사상 최고 수익을 올려 자신이 바라는 꿈들을 대부분 현실화 시킬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신의 길을 찾고자 노력했던 청년 버락 오바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배리(Barry)'도 촬영중이다. 이 정도면 오바마 만큼 행복한 정치인은 흔치않을 것이다. 하지만 임기중 여섯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져 오바마와 유난히 인연이 깊은 박 대통령은 오바마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지지율은 한자리숫자로 추락했고 국민들은 그에게 청와대를 떠나라고 압박하고 있다. 무엇이 오바마와 박근혜의 삶을 갈랐을까. 인격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의 삶과 '소통과 불통'이 결정적인듯 하다. 결국 대통령 자리도 누가 앉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달라진다. /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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