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박상준 대기자 겸 논설실장

/클립아트코리아

8월은 영어로 어거스트(August)다. 로마제국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에서 비롯됐다. 아우구스투스황제가 통치한 40여년간 로마는 평화의 시대였다. 이후 200여년간 이어진 팍스로마나(로마에 의한 평화)의 초석이 됐다. 하지만 그 황금시대에도 황제에겐 고민이 있었다. 출산율 하락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정식혼례에 관한 율리우스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싱글세'다. 황제는 독신풍조가 유행할 조짐을 보이자 "생명을 만들지 않는 것은 살인과 같은 중죄"라고 했다. 독신자에겐 세금을 부과하고 상속을 제한했다. 부유한 남성이라도 자식이 없으면 상속할 수도, 상속을 받을 수도 없었다. 물론 싱글여성도 독신세를 냈다.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은 남성과 대등한 지위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 통하지 않는 것은 기원전 18년 전이나 현대나 마찬가지다. 이런 과격한 정책에도 인구는 감소했다.

지구촌 인구는 늘고 있지만 일부 선진국 인구는 내리막길이다. 특히 일본은 인구조사를 시작한 1920년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가 줄었다.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의 2015년 총 인구수는 1억 2711만 명으로, 2010년 조사 때 보다 94만7000여명(0.7%) 줄었다. 5년 새 93만여 명에 달하는 천안과 아산 인구가 한꺼번에 줄어든 셈이다. 일본 언론은 '일본 침몰의 서막'이라고 했다. 근데 선진국도 아닌 우리나라도 2년뒤부터는 감소추세로 전환된다. 출산율 하락은 젊은층의 경제력 저하와 여성의 사회진출 욕구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남성 아르바이트 비율이 1% 상승하면 여성 미혼율이 0.7% 올라간다는 통계가 있다. 비정규직 미혼남성들은 낮은 경제력 때문에 결혼시장에서 배제돼 남녀 모두 적당한 배필을 못 찾는 것이다.

이러니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아기울음소리를 듣기 힘들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태어난 아기가 10명도 안 되는 기초자치단체가 10곳이었다. 주로 경상도와 전북, 강원에 몰려있다. 이들 지역은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갈수록 마을이 텅 비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임산부와 신생아 및 아동을 대상으로 신생아 양육비, 출산준비금, 출산용품 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미혼남녀 만남의 날 행사, 결혼정보센터 운영, 결혼축하금 지급, 신혼주택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제시하며 젊은 층을 유혹하고 있다.

박상준 논설실장·대기자

하지만 경기도 성남에 비하면 시시해 보일 정도다. 성남시의회는 셋째 자녀를 낳으면 최대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조례안을 상정했다. 우선 출산 시 1천만원을 주고 아이가 3·5·7살이 되면 2천만원씩, 10살이 되면 3천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기간 성남시에 계속 거주해야 한다. 성남시의 셋째 자녀 출생 신고 건수는 연간 540여명으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간 600억∼700억원의 추가 출산장려금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곳간도 튼튼하고 사람도 붐비는 성남시에서 이런 과감한 출산정책을 시행하면 빈집에 늘어나는 군단위 지자체는 한숨만 나올 듯 하다. 로마시대의 싱글세 도입에도 실패한 출산장려가 성남시의 목돈 퍼주기식 정책으로 먹힐까. 포퓰리즘과 양극화가 동시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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