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2017청주공예비엔날레 자료사진 / 중부매일 DB

요란하던 매미 소리 그침과 함께 아침저녁 일교차가 커지면서 여름도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퇴장을 준비한다. 이제는 맑고 투명하게 아름다운 이슬이 맺히는 절기, 백로가 되었다. 그리고 청주의 문화 또한 40일간의 항해가 마침내 시작된다. 열 번째를 맞이하는 청주공예비엔날레다. 청주가 왜 공예냐, 해야 된다 접어야 된다 말들도 많았다. 그러나 줄기차게 20년을 지켜왔다. 공예인들은 물론, 공예를 좋아하고 아끼던 시민들의 그간의 마음고생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해서 고맙고 미안하다. 그렇다. 청주공예는 이제 역사가 되었고 그 역사로 새로운 '도시브랜드'가 되어간다.

청주에 살면서 지역의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청주인에게 '무심한 양반들'이라고 부르곤 했던 나의 '청주살이'는 오늘도 이렇게 문화놀이로 다시 시작한다. 낯선 도시가 익숙해지면서 청주시민들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열심히 만나고 또 찾아뵙고, 지금은 물론 미래의 문화이야기를 듣고 있다. 문 닫은 '담배공장'의 숨어있는 역사를 들었고, 현재 문화재단이 서 있는 자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관해 풍성한 이야기도 나눴다. 때로는 얼굴을 붉히면서 논쟁도 할 만큼 했다. 또한 지역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시민들과 연결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오늘 아침에는 청주공예비엔날레 현장을 맡아 40일간 함께 일하게 될 운영요원 160명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왜 청주가 20년 동안 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으며, 비엔날레를 통해서 청주가 얻어야 할 과실은 무엇이며, 운영요원이 청주를 위해 얼마나 소중한 일을 담당하는 것인가에 대한 가슴을 전달하면서 이 분들에게 자부심을 갖도록 노력했다.

국내에서는 광주, 부산, 경기도, 청주가 비엔날레를 개최한다. 예산이나 인력 등등에서 광역도시에 비해서 열악한, 한참 부족한 기초지자체 들 중에는 '청주'가 유일하다. 한 가지 자랑하고 싶은 것은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서 광역단위의 도시들도 시도하지 못한 대변혁을 청주가 실행에 옮긴 특별함이 있다. 바로 '11인의 공동감독제'이다. 공동감독제를 실천해 내는 것이 그처럼 특별함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로부터 국제감각을 지닌 유명인사를 초빙해서 총감독과 예술감독과 전시감독직을 위임하고 그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비엔날레를 아홉번째까지 답습해 온 그간의 방식에 필자는 의문점을 찍으면서 즉 지역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예컨대 조형물 몇 개가 행사 후에 남겨진다면 이것을 지역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역의 전문가들이 직접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사에 관여해서 이러저런 경험을 쌓는 것은 또 어떨까. 그래서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깨었다. 10회 비엔날레는 진정한 '메이드 인 청주'다, 문화라는 분야는 어느 지역이나 늘 시민과의 공감대가 필요함에도 여전히 낮다. 그렇다고 문화재단의 역량마저 부족할 수는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준비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부터 혁신의 주체로 거듭나자. 청주의 시민문화와 공예비엔날레도 작은 일상의 변화부터 지역사회의 근본적 전환을 꿈꾸자. 재단 내부적으로는 시민의 상상에서 출발하는 '시민문화상상팀', 지역문화의 혁신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일구고, 풀뿌리민주주의의 든든한 시민중심 사회를 만들어가는 '지역문화기획팀', 외부적으로는 지역문화의 후원자를 확대하기 위한 '청주문화후원회'구성, 그리고 청소년과 소통하고 연결하는 'U-컬쳐커뮤니케이션센터'를 꾸릴 것을 제안한다.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이제 청주의 문화시민은 잘하면 박수치고, 못하면 야유하는 관객으로서의 시민이 아니다. 기대는 언제나 환멸로 바뀔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문화도시청주 준비에 임하는 시민의 자세다. 당당한 문화주권자로서 시민의 역할을 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청주공예비엔날레'와 같은 국제행사와 지역축제에 직접 현장참여 하는 일이다. 이제는 수동적 방식의 표현인 '시민참여'를 요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말로만 연구하고 지역과 문화를 강조하고 주장하는 시대 또한 지나갔다. 힘없이 주택을 지키고 있는 주민으로부터 대안을 찾고 그들에게 문화의 힘을 쏟게 할 지역사랑의 배경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오늘부터 '청주공예비엔날레'가 개막한다. 오전 10시면 문을 연다. 서둘러 현장으로 나오시는 모든 분들께 장미 한 송이씩 드리고 싶다. 그러나 무심천에 흐르는 물은 아직도 무심한가? 우리지역의 자랑 제10회 청주공예비엔날레다. 자! 마침내 그리고 드디어 여쭙는다. 여러분! 오실껴? 안오실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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