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컨텐츠진흥팀장

청주시 전경 / 중부매일 DB

청주(淸州)라는 단어를 보자. 맑은 고을이라는 뜻이다. 푸른 산, 맑은 물, 때 묻지 않은 대지, 삶의 향기 가득한 도시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런데 단어를 살짝 움직이면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청'의 'ㅓ'와 '주'의 'ㅜ'를 흔들면 청주가 '창조'라는 단어로 변신한다. 세계 최초의, 대한민국 유일의 창조도시임을 웅변하고 있다.

실제로 청주는 천오백년 역사를 이어오면서 창조의 가치로 면면을 일구어 왔다. 1377년에 간행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는 인쇄문화, 정보혁명의 위대한 결정체가 아니던가. 그 내용 또한 올곧은 생각과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세종대왕은 1444년 초정에서 행궁을 짓고 121일간 머무르며 조선의 르네상스를 실천했다. 한글창제를 마무리하고 음악, 과학, 농업, 조세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창조와 혁신과 민본의 가치를 만들었다.

서원향약은 율곡 이이가 1571년에 청주목사로 부임하였을 때 만들었는데 양반과 천민을 구별하지 않고 전체 백성을 대상으로 한 규율로 권선징악의 표징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향촌 실정에 맞는 향약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시행했기에 의미가 있다. 이밖에 조선의 교육지침서이자 베스트셀러 명심보감도 청주에서 인쇄했고, 청주향교는 한수 이남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교육기관으로 수많은 학자를 배출했다. 세종도 이곳에 책을 하사했으며 세조는 친히 제향을 지냈다.

임진왜란 때 육전 최초의 승전보를 울린 곳도 청주다. 1592년 8월, 승병장 영규대사와 조헌과 박춘무 등이 이끄는 연합군이 청주성에 있던 수천 명의 왜군을 보름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무찔렀다. 영규대사의 뛰어난 지략과 연합군의 신출귀몰한 공격전술 앞에 왜군은 속수무책이었다.

이처럼 나라가 위태로울 때 청주사람들은 분연히 일어서 구국의 일념으로 목숨을 바쳤다. 단채 신채호가 그랬고 의암 손병희가 그랬다. 단재는 국권 상실이라는 암울한 상황에서 언론인이자 역사가이며 문학인으로서, 그리고 독립운동가로 한평생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오로지 나라와 민족만을 위해 천재적인 재능을 쏟아냈다. 동학운동을 이끈 의암은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3·1운동을 주도했다. 분단이후 경제성장과 민주화 운동에도 청주는 언제나 온 몸을 바쳤다.

이 같은 청주정신은 문화계에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고 위대한 예술의 꽃을 피웠다. 조각가 김복진은 서구식 조각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조각가로 근대 조각계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했으며, 연극단체 토월회를 창립했다. 그의 동생 김기진은 문학평론가·소설가·시인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프로 문학의 이론을 내세웠고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KAPF)의 실질적 지도자로 활동했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설치미술가 강익중 씨는 미국과 유럽 등을 무대로 세계의 평화와 미래를 위해 활동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김수현 씨는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작가가 아니던가. 피아니스트 신수정, 영화감독 정지영, 시인 도종환, 예능피디 나영석, 성악가 연광철, 한글디자이너 안상수, 보자기 작가 이효재,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문화예술의 모든 장르마다 청주사람은 창조의 가치와 열정을 담아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있다.

변광섭 청주시문화재단컨텐츠진흥팀장

충북도와 청주시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콘텐츠코리아랩의 이름도 '씨-크리안트(C-Creant)'다. 충북과 청주와 문화의 씨(C), 창조(create)와 거인(giant)의 합성어인 크리안트(Creant)가 만났으니 '창조하는 충북의 거인'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불어에서도 창조는 'Creando'로 부르니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우리 지역의 역사·문화·인물·관광 등의 소중한 자원을 창의적인 콘텐츠로 만들게 될 것이다. 교육콘텐츠, 공예디자인, 공연·영상콘텐츠를 중심으로 세계가 감동하고, 세계가 함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하여 청주는 창조도시라는 것을, 청주사람은 창조하는 거인임을 증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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