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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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오너라!' 또는 '주인장 계시오?'라고 부르던 시절은 이제 옛일이 된지 오래다. 대문이란 한 집 또는 건물의 주된 출입구가 되는 문을 뜻하지만 시대의 생활환경의변화로 문화유산이 된 곳이나 뒷골목에서나 가끔 볼 수가 있다. 보통 조선시대 양반가옥에서는 바깥 행랑채에 대문간을 두었는데 '초헌(?軒)'을 타고 출입해도 지장이 없도록 대문간을 높게 만들었다. 이를 '솟을대문'이라고 한다. 솟을대문은 외바퀴가 달린 '초헌'을 타고 출입하기 위해 지붕을 높이고 바퀴가 지나갈 수 있도록 문지방 중간을 끊어 놓았다. 초헌이란(조선시대에 종2품 이상의 관리가 타던 수레로, 명거(命車), 목마(木馬), 초거(?車), 헌초(軒?)라고도 한다.

고위 관리의 위세를 상징하였던 초헌은 가마와 비슷한 형태이지만 채가 아주 길며 외바퀴가 밑으로 달려 있어서, 보통 여섯 사람에서 아홉 사람이 한 조를 이루어 움직였다. 초헌은 좌석이 높게 올라 있어서, 초헌을 타는 관리의 집에는 솟을 대문과 함께 문턱을 없애 초헌을 타고 쉽게 드나들 수 있게 하였다.) 사실 이러한 과거의 풍속을 이야기하는 필자에게도 실제 기억은 없으며, 민속박물관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솟을대문 정도는 청주의 옛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가끔은 만날 수도 있지만, 이젠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이다.

요즘 단독 주택의 경우에는 철문으로 된 문이 대부분이다. 문 옆에는 보통 초인종이 있어 외부인이 주인을 찾을 때 사용하게 되지만, 요즈음은 그나마도 보기 힘들다. 요즘 열쇠식 잠금장치가 도어락으로 교체되는 일이 많으며, 신축건물은 모두 도어락이다. 물론 지금도 현관은 그 집의 얼굴과도 같아서 방문객은 주로 여기에서 첫인상을 받는다. 택배, 우체부, 방문객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온갖 장비들이 개발되지만 현대의 현관문화는 차갑기 그지없다. 필자는 커다란 대문이 있고 전통가옥이라 불리는 한옥에서 자랐다. 5형제의 막내로 자란 탓에 어렸을 적에는 대문을 열어드리는 일을 도맡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이면 마당을 건너 대문을 여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는 기억이다. 안방 문을 열고나와 고무신을 신고 마당을 건너는 동안 과연 이 밤에 누가 오신 걸까 고모부님일까 아니면 외삼촌일까 사촌형님일까 첫인사는 어떻게 할까 등을 그 짧은 거리에서 떠올리게 되고 기대감에 부풀었던 기억들이 새롭다.

대문을 열던 '대문문화'가 이제는 '현관문화'로 바뀌면서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변해있는 우리네 현관문화는 이웃과의 단절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회생활태도와 의식마저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거실에 앉아서 현관문을 열고 작은 구멍을 통해서 누구인지를 확인해버리는 우리의 현관문화가 이웃집과도 단절되어버렸으며 낯선 사람과의 단절이 일상화되어, 이제는 길가는 사람들은 물론 이웃집 사람들조차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만도 못한 세상이 안타깝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문화'란 벽을 허물과 서로 협력하는 것이며, 상호 가슴을 열게 하여 삶을 개선하는 일이다.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그렇다고 해서 굳이 수십명이 하모니를 이루는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의 연주와 같은 공연을 통해서만 만나는 문화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내 집과 남의 집을 구분하는 경계로서의 현관이나 담은 헐벗어 굶주리던 해방이후 6-70년대에는 반드시 필요하였다. 심지어 높은 담장 위로 철조망이나 유리조각을 박아두어 외부침입자를 한치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제 시대가 바뀌고 외부침입자들을 막기 위한 제도나 방식이 경계를 위한 담이나 벽이 아니라 무인경비시스템인 CCTV용 카메라가 농촌 어촌 산촌 구분 없이 전국에서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범죄예방과 외부침입자로부터의 방어가 여간 삼엄한 게 아니어서 이제 담은 담으로써의 기능을 잃어버리고 흉물로 전락한지 오래이다.

곧 맞이할 2018년 어느 봄날에는 해 뜨는 담벼락 밑에 쪼그리고 앉아 이웃들과 오순도순 정겹게 소꿉장난을 하고 놀아보자. 이제는 이름도 바뀌어 '영희와 철수'같은 어린이들의 이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청주에는 아직도 오래된 원도심을 중심으로 좁은 골목길을 이루며 길게 늘어선 담벼락 동네를 쉽게 만날 수가 있다. 참으로 정겹고 반가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 번 더 가슴을 열고 이웃을 맞이할 수 있는 '젓가락페스티발'이나 '청주야행' 그리고 '직지코리아'와 같은 행사에서 가족과 이웃과 함께 어깨동무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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