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한인섭 편집국장

/클립아트 코리아

'홍일점(紅一點)'은 남자 틈에 하나뿐인 여자를 일컫는 말이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적었던 시절 이런 경우는 흔했다. 여성은 희소성만큼 대접을 받기도 했다. 과거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 섬유·방적 등 몇몇 분야는 숫적으로 여성이 남성을 압도했다. 이런 직장에서는 희소성을 지닌 남성이 대접(?)을 받았다. 회식이라도 있으면 남성은 '홍일점' 노릇을 제대로 해야 했다. 요즘은 공직사회를 비롯해 기업체는 남녀 비율이 엇비슷해 졌다. 오히려 여성 숫자가 많은 직장도 많다. 몇몇 직군을 제외하면 청일점, 홍일점을 따질 일도 없다.

흥미로운 것은 상사가 여성 일때 여성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정한나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원이 최근 한국노동경제학회를 통해 발표한 '여자의 적은 여자인가?'(상사 성별이 여성근로자의 노동시장 성과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직속 상사 성별이 여성인 경우 여성의 직장 내 스트레스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5%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직속상사가 여성일 때 여성 직급이 낮을 수록 승진 확률도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여성이 상사일 때 사원·대리급은 승진 확률이 20.1%나 낮았다. 과장급은 3.3%, 차장급 이상은 1.4%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여성 근로자 스트레스는 사내 여성 비율이 25~50% 미만인 곳에서는 1.2%에 머물렀다. 그러나 50~75% 미만인 사업장에서는 5.8%로 높아졌다. 여성 비율이 높을 수록 여성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얘기이다. 정 연구원은 직속 여성상사가 부하여성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거나, 경쟁적인 모습을 보여 결국 여성 근로자는 스트레스 계수가 높은반면 승진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이 보고서 제목을 왜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고 했는지 간파할 수 있다.

충북도는 지난해 12월 31일 공모를 통해 개방형직위인 여성정책관에 박현순 전 청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을 내정했다. 도는 앞서 지난해 5월 25일 같은방식으로 현직 공무원인 전정애

한인섭 편집국장

충북여성재단 사무처장을 임명한 바 있다. 7개월만에 재공모를 한 것은 지역 여성계의 반발 탓이다. 일부 여성단체들은 지난해 5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혁의 대상자'에게 '개혁'을 맡길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여성정책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공무원을 임명한 데 따른 반발이었다. 충북도가 이번에 내정한 박씨는 지난 5월 공모에 응했던 인물이다. 공모에 앞서 지난 12월 여성정책관직을 포기한 전정애 서기관은 이번 인사에서 '교육파견'을 자처했다.

정 연구원 분석처럼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나저나 새 여성정책관이 '개혁의 대상자'들과 앞으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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