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의 연결고리 역할 자부심...신문시장 다시 부흥하길"

23년 신문배달로 독자와의 약속을 지켜온 김재학 중부매일 산남센터 지사장이 인쇄소에서 막 도착한 중부매일 신문을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신동빈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은 누구에게나 새롭고 소중하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그 값진 '아침'이라는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이에 중부매일은 매주 '아침을 여는 사람들' 연재를 통해 따사로운 아침 햇살 뒤편에 숨어 있는 이들의 모습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 편집자

"신문배달은 독자와의 약속이잖아요. 새로운 소식을 전달한다는 것은 저에게 큰 기쁨입니다."

지난 10일 중부매일 산남센터 김재학 (58) 지사장은 배달을 기다리고 있는 신문정리에 한창이었다. 23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베테랑이지만 눈길로 배달이 지연될까 노심초사한 마음에 손은 유난히 분주했다.

신문을 보고 새로운 소식을 접할 독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가슴이 뛴다고 김 지사장은 말했다. 그래서 비가오나 눈이오나 신문은 배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좌우명이다.

"기자가 지역의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중간에 늘 제가 있죠. 그래서 기자와 독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바로 저의 자부심입니다."

신문 부수의 감소로 많은 양의 신문이 신문배달원이 아닌 우편배달부의 손으로 배달된다. 김재학씨는 첫 우편배달 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 2~3시경이 하루 중 가장 분주하다./신동빈

산남센터는 청주에서 본사 신문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다. 때문에 1천명의 독자에게 신문을 모두 전하기 위해서는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쉼없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지역마다 할당된 부수를 나누고 나면 곧바로 차에 시동을 건다.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주부 배달사원에게 신문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그는 30분 가량 동네를 돌고 다시 센터로 돌아와 우편배송을 준비한다. 한부 한부 그의 손을 거친 500부의 신문은 우편배송을 통해 전국 곳곳에 뿌려진다.

"저도 중부매일의 독자입니다. 완성된 신문지면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기도 하죠. 신문에 좋은 기사가 실리면 빨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 더 힘을 내곤 합니다."

기록적인 폭설로 도로 곳곳이 빙판으로 변하지만 신문배달원들의 새벽은 날씨와 상관없이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신동빈

이날은 도로에 쌓인 눈 때문에 그의 업무가 평소보다 1시간 가량 늦은 오전 6시가 돼서야 끝났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혹시 빠뜨린 곳은 없는지 독자의 이름을 보고 다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그는 지역 독자들의 이름을 줄줄 외울 정도다.

"독자의 이름만 들어도 어디에 사는지 주소와 위치가 머릿속에 그려져요. 오랜시간 이 일을 해서 그런지 어느새 다 외우고 있더라고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겁니다."

특정 독자가 몇시에 신문을 가져가는 지도 알 것 같다는 그는 신문을 전하는 일이 마냥 행복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재학 지사장은 5년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 일을 시작했다.

"카드회사를 다녔는데 일이 여의치 않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아내와 함께 이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죠."

그와 신문의 인연은 40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집안사정이 어려워 신문배달을 했던 18살 청년이 이제는 하나의 센터를 책임지는 번듯한 지사장이 됐다.

신문을 통한 보람은 컸지만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은 예상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아 일을 시작한 처음 3년간은 마음 고생도 심했다. 생활리듬을 바꾸면서도 지치지 않은 그였지만 신문이 외면받는 요즘 힘든 고비를 겪고 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올해들어 더 힘들어졌죠. 사정이 매년 안좋아 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요즘 다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하다 보니까."

얼음장 같은 추위에도 신속성을 위해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신문배달원 김재학씨가 오토바이에 신문을 실으며 출발 채비를 하고 있다./신동빈

점점 힘들어지는 신문시장이 다시 한번 부흥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수입과도 연관돼 있지만 그는 지역 소식의 전달을 더 큰 이유로 꼽았다.

"제게 중부매일은 참 남다른 존재죠. 일간신문의 신청 부수는 줄어도 중부매일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지역에서 인정받는 신문을 담당하고 있으니 이보다 뿌듯한 일이 있을까요?"

20년 넘게 일을 하면서 중부매일의 성장과정을 모두 지켜봤다는 김 지사장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중부매일 신문을 구독했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신문이 지역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일간지의 1면보다 지역신문의 1면이 당장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와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영운·용암새마을금고 감사직을 맡고 있다. 아내 박유순 씨도 용암1동 통장을 맡으며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김 지사장은 아내와 함께 이러한 활동을 통해 중부매일을 더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신문을 봐오던 장기독자가 어느날 신문을 끊겠다는 말을 전해올 때의 심정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문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요즘. 그럼에도 변함없이 중부매일 신문을 받아 볼 독자들의 아침을 위해 그는 매일 새벽을 달리고 있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어두운 새벽에 신문을 전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한결같이 독자들을 위해 지치지 않고 달리겠습니다."


#18살때 신문배달 지사장 되기까지

김재학 지사장과 신문의 인연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8살 무렵 집안사정이 어려워 신문배달로 생활비를 벌었다. 신문은 힘든 시간을 보내던 그가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버팀목이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신문을 배달하던 그 청년이 자라 이제는 하나의 센터를 책임지는 번듯한 지사장이 됐다. 그 때의 경험은 5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신문을 찾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신문을 다시 마주하게 된 기쁨과 보람은 컸지만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은 예상보다 어려움이 많았다.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아 일을 시작한 처음 3년간은 마음고생도 심했다. 그렇게 생활리듬을 바꾸면서도 지치지 않았지만 그는 신문이 외면받는 요즘 또 한번의 힘든 고비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들어 더 힘들어졌죠. 사정이 매년 안좋아 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요즘 다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하다 보니까 ."

점점 힘들어지는 신문시장이 다시 한번 부흥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문이야말로 지역 소식을 전달하는데 으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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