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34. 충북 큰 옷가게 1호 '다모아' 오병천 사장

청주시 상당구 성안동에서 '충북 큰옷가게 1호'인 '다모아'를 40년째 운영하고 있는 오병천 대표가 'XXXX L' 사이즈의 옷을 들어 보이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옷이 날개'라지만, 옷이 '고민'이고 '고충'인 사람들이 있다. 유별나게 키가 크거나 유난히 체형이 큰 이들에게 '옷'으로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이 있다. 청주시 성안길 롯데영플라자 청주점 옆에서 충북 큰옷가게 1호 '다모아'를 운영하고 있는 오병천(67) 사장.

"'다모아'는 몸집이 큰 분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곳입니다. 옷으로 날개를 달아주고, 옷이 잘 맞으니까 자신감이 생겨서 날개를 펴게 되는 거죠. 패션의 날개, 자신감의 날개를 달아드립니다."

'다모아'는 말 그대로 큰 옷을 다 모아놨다는 뜻이란다. 허리 46인치의 바지, 운동화 350㎜, 56인치 양복정장, XXXXL 티셔츠, 속옷부터 자켓, 조끼, 등산복, 양말, 벨트까지 없는 게 없다.

"큰 사이즈 옷 입는 사람들이 100명중 3명은 됩니다. 웬만한 큰 옷들은 다 있으니 옷쇼핑하느라 스트레스받지 말고 주눅들지 말고 몸에 맞는 옷 골라 입으세요."

키 2미터32㎝의 국내 최장 거인인 남복우(사진 오른쪽)씨도 '다모아'의 30년 단골이다. 오병천 사장과 같이 찍은 사진이 매장 한 곳에 액자로 걸려있다. / 오병천 사장 제공

'다모아'의 30년 단골로는 국내 최대 거인인 남복우씨가 있다. 청주시 남일면에 사는 남씨는 242㎝의 장신(長身)에 허리사이즈 46인치, 신발사이즈 350㎜에 달한다. 매장의 한 벽면에는 거인 남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얼마 전에도 와서 파카(패딩)를 사갔어요. 워낙 거인이다 보니 아무리 큰 옷이어도 팔기장, 다리기장이 짧아요. 그래서 내가 특별히 맞춤으로 주문해줘요."

96년 애틀랜타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청주청석고 출신의 전기영 선수, 대전출신으로 205㎝의 씨름선수 이봉걸도 '다모아'의 오랜 단골이다.

"2000년 이전에만 해도 청주시내 씨름부·유도부에서 단체복을 맞춰가곤 했었죠. 애틀랜타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전기영 선수가 청석고 유도부 시절부터 우리집 옷 입었었어요. 아버지가 장신이라 둘 다 단골이었어요."

요즘은 외국인손님이 부쩍 늘었단다.

청주시 상당구 성안동에서 40년째 큰옷전문매장인 '다모아'를 운영하는 오병천 대표가 'XXXX L' 사이즈의 조끼를 상위에 입고 350㎜ 사이즈의 운동화를 손에 들어 보이고 있다. / 김용수

"유고슬라비아 유명 화가라고 하던데 허리가 44였어요. 자기네 나라에는 큰 옷 파는 곳이 없다면서 정장에 모직코트, 와이셔츠, 남방 등 100만원 넘게 사가지고 갔어요. 외국인들은 러시아, 몽골쪽 사람들이 많이 와요."

오 사장은 외국인손님과의 대화를 위해 몇년전부터 꾸준히 생활영어와 생활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이(一), 얼(二), 싼(三), 쓰(四), 우(五), 리우(六)… 숫자는 웬만큼 다 알아요. 그래도 대화가 안되면 메모해서 보여주면 다 통하더라고요. 재작년까지만 해도 중국인 단체관광객 코스중에 성안길 쇼핑이 있었는데 어떻게 알고 우리집에 찾아오더라고요. 미리 허리 사이즈 다 재와서 바지, 남방 사가지고 가요."

청주시 상당구 성안동 롯데영플라자 청주점 옆에 위치한 충북 큰옷가게 1호 '다모아'. / 김용수

'다모아'는 1978년 청주시 성안길 옛 청주백화점 옆에서 보세옷전문점으로 시작했다. 지금의 자리로 옮긴 건 1983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외국으로 보내는 외국브랜드 옷중에 로스(loss) 난 옷들이 10% 정도 돼요. 그런 옷들이랑 정상품을 팔다가 몸집 큰 사람들이 한두명 찾아오면서 큰옷 사이즈 옷가게로 전환하게 됐어요."

일반 옷과 달리 큰 사이즈 옷들은 유행을 타지 않지만 올해에는 큰옷가게에도 '롱패딩바람'이 불었다.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때문에 롱패딩이 많이 나갔어요. 젊은친구들이 주로 사갔고, 롱패딩 있냐는 문의전화도 많이 받았고요. 초등학교 4학년짜리 단골이 있는데 허리가 42인치에 몸무게가 100㎏이 넘어요. 아빠랑 와서 롱패딩 사가며 좋아했어요."

오 사장은 옷가게 사장님 치고는 경력이 특이하다. 서울대 수의대 수의학과를 졸업해 수의사로 일했고, 88서울올림픽 성화봉송 주자, 서울대신문사 사진기자, 사진작가 등 이색경력이 눈길을 끈다.

청주가 고향으로 갈원초, 부강중, 부강고를 나온 그는 서울대 수의학과에 68학번으로 입학했다. 1972년 졸업한뒤 군 제대후 충북가축병원에서 수의사로 일하다가 정부에서 운영하는 대단위목장인 괴산의 '동원목장'에서 77~78년 2년간 수의사로 일했다.

"캐나다에서 젖소 80두를 들여와 김포공항에서 괴산 목장까지 직접 데리고 왔어요. 첫 임신한 소들이라 목장에 온지 얼마 지나니까 밤낮없이 새끼를 낳기 시작하더라고요. 80두 새끼를 다 제 손으로 받아냈죠. 그 때 축산쪽에 멀미를 느껴서 수의사를 포기했어요."

오병천 사장은 서울대 수의학과 재학 당시 서울대신문사 사진기자로 활동하면서 사진에 관심을 가져왔다. 40년째 카메라를 놓지 않으며 자연풍광 사진을 즐겨 찍는다.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매년 청주사진작가협회 회원전에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 김용수

대학때에는 서울대신문사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40년째 카메라를 놓지 않고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청주지부에서도 70년대 말 3기로 입회해 현재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매년 청주사진작가협회 회원전에 작품을 출품해 50여회에 참여했다. 전국사진공모전 수상경력도 50여회로 빼곡하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에요. 자연사진을 많이 찍어요.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이 좋고, 그 감동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아요."

내후년쯤 생애 첫 개인전을 여는 게 꿈이다. 오 사장은 특히 단풍이 울긋불긋 물든 가을날의 풍경과 석양 풍광을 앵글에 담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호가 '추산 (秋山)'인 것과 잘 어울린다.

"88서울올림픽 때 청주지역 예술인 대표로 성화봉송 주자를 했었어요. 영광스러웠고, 아직도 그 가슴뛰던 순간의 기억이 생생해요."

새해 바람은 '건강'이다.

큰옷전문매장인 '다모아'에서는 속옷부터 각종 의류, 벨트, 양말까지 없는 게 없다. 오병천 사장이 큰 사이즈 속옷을 들어 보이고 있다. / 김용수

"손님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가게는 평년수준만 유지했으면 좋겠고요. 손님들이 '다모아'가게 없어지면 안된다고 꼭 오래오래 해달라고 부탁해요. 저도 건강해야 이 자리 지키면서 단골손님들 만나죠."

아름다움에 사이즈는 없다고 믿는 오병천 사장, 작은 가게에서 40년간 키어온 '큰 사람'들을 향한 배려가 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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