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문지기 역할 사명감… 미소로 나누는 아침인사 행복"

8시간의 고된 노동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배원복씨는 "자신의 미소가 청주를 찾는 운전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신동빈

[중부매일 연현철 기자] "톨게이트를 지나는 고객들의 인사말에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일의 보람이란 그런 것이죠."

청주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서청주IC에는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고객과 인사를 나누는 요금소 직원들이 있다. 서청주IC를 찾은 2일 오전 6시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려는 운전자들로 줄을 이었다. 이날 새벽에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웃음 바이러스'로 통하는 배원복(59·여)씨가 근무하고 있었다. 사람을 향한 작은 인사가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하는 배 씨. 동이 트는 새벽에도 그녀의 미소와 친절은 변함없이 계속됐다.

"처음 만나는 분들과 아침인사를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때론 고객분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주실 때도 많고요. 늘 감사하죠. 그 분들의 마음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배원복씨가 근무일지에 특이사항을 기록하고 있다./신동빈

배 씨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며 특히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기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배 씨만의 남다른 사연이 숨어있다. 다리가 불편한 탓에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그녀. 지난 2005년 천안에서 청주로 이사 온 배 씨는 장애인단체의 도움을 받아 요금소 일을 시작했다.

"요금소 일을 하면서 좋았던 기억은 셀 수 없이 많아요.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단골 고객들과는 더할 나위 없이 친하죠."

과일을 선물하는 과일장수부터 차에 있는 커피와 음료수를 주는 이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고객의 마음이지만 부담을 느낄 때도 많아 수차례 거절도 해봤지만 사람의 마음은 쉽게 식지 않았다. 이는 그녀가 '감사'와 '행복'을 반복해서 언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청주IC전경/신동빈

"간혹 하이패스 기기가 있으신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기계 전원을 끄고 요금소 라인으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혹시나 저희 일이 없어질까 걱정해 주시는거죠."

하이패스가 생기면서 일하던 직원의 수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사회에는 아직까지 기계가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의 일'이 있다고 말하는 배 씨. 청주 지역의 맛집과 관광지를 묻는 고객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그래서 배 씨의 주말은 청주의 관광지와 맛집들을 찾아보는 데 채워진다. 청주를 처음 찾는 이들에게 이 지역이 오래토록 기억되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인 것이다.

배 씨는 청주의 수많은 관광지 중에서도 상당산성을 강력히 추천한다고 말했다. 서청주IC에서 상당산성까지 가는 동안 관관객들이 청주의 이곳 저곳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배 씨는 단순히 요금 계산의 업무를 넘어 지역 홍보대사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일이기에 행복한 일도 많지만 고충도 뒤따랐다.

8시간의 근무를 마친 배원복씨가 요금소를 나오고 있다./신동빈

"간혹 하이패스 기기가 없는데 실수로 하이패스 진입로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제가 쫓아가면 '미납을 달면 될 일이지 왜 쫓아오느냐'고 항의하시기도 하고."

요금소 직원들의 업무를 알지 못하는 고객들의 항의는 그녀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야속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배 씨는 차 한대도 허투로 돌려보내지 않고 해결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제 얼마 뒤면 설 명절이잖아요. 사람이 많이 오가는 기간이라 고충이 있겠지만 한편으론 또 어떤 좋은 분들과 만나게될 지 기대가 돼요."

배 씨는 톨게이트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바쁘다는 명절이지만 오히려 설렘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요금소 직원에게 명절 기간은 고객들이 최대한 불편함을 겪어서는 안되는 시기다.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배 씨는 고객들이 미리 통행권과 돈을 준비하면 더 빠른 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며 고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달릴 것을 다짐했다.

"서청주IC를 이용하는 모든분들에게 청주를 대신해 좋은 인상을 선물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변함없는 미소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서청주IC 요금소 '웃음 바이러스'로 통하는 배원복씨가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한 미소 짓고 있다./신동빈
한국도로공사 서청주점 전경/신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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