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아이들을 체벌을 해야 한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필요악'이다. 교육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체벌을 포기하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왜 이런 주장들이 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결과가 있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심리학과 피터 뉴컴 교수팀이 체벌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 것이 그것이다. 미국 사회학자 머레이 스트라우스의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체벌 이유에 관한 여러 항목을 만들어 이 중 10가지를 정리했다.

#체벌에 대한 비교육적 신념들

첫째, 훈육을 위해 가하는 체벌은 무해하다. 둘째, 이따금 하는 체벌은 아이에게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 셋째, 체벌은 책임감을 기르고, 성격을 고치는데 도움이 된다. 넷째, 부모가 아이를 체벌해선 안 된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다섯째, 체벌은 그 어떤 훈육방법보다 효과적이다. 여섯째, 체벌은 여아와 남아 모두를 훈육하는데 사용된다. 일곱째, 체벌이 없으면 아이는 버릇이 없어 질수 있다. 여덟째, 체벌을 통해 아이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을 배운다. 아홉째, 아이가 비행을 저지를 때마다 체벌을 가해야 한다. 열 번째, 권위를 지키는 방법이 된다.

이에 더하여 연구결과는 체벌에 대한 이런 믿음이 권위주의, 보수주의, 직업윤리 등과 연관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권위에 대한 복종과 존중은 아이 교육을 위한 중요한 덕목"이라는 권위주의적 사고가 체벌을 지지하는 성향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분석은 권위의 표현에서 극명하면서도 정확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교사들은 권위를 강조한다. 이런 권위주의적 태도가 체벌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감히 교사 앞에서 혹은 교사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나아가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 체벌이 이루어진다. 결국 체벌에 대한 이런 생각은 교사와 학생 간 관계의 민주성, 관계의 효능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교사들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로 체벌을 정당화시키는 셈이다.

물론 학생들을 훈육하는 방식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해왔다. 과거에는 말을 안 듣는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학생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된 상태다. 학생인권조례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시대다. 의도성을 가지고 교사가 학생에게 물리적인 힘을 가해 고통이나 불편을 주는 것은 현행법상 용인되지 않는다. 가정체벌도 예외는 아니다. 위의 이론에 의하면 결국 부모가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체벌을 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체벌 유해론은 세계적 추세

현재 체벌을 금지하는 나라는 46개국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아동체벌에 대한 법안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영국 등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부모의 자녀 체벌과 같은 부분적 체벌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체벌이 아이들에게 심리적,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 여전히 체벌은 필요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면 이제는 이에 대한 의식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맞아야 사람 된다는 인식, 때려야 교육이 된다는 위험한 유전자 의식을 바꿔야 폭력의 사회적 유전을 막을 수 있다. 체벌은 아이들에 대한 학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이들에 대한 체벌이 교육적 효과를 지닐 것이라는 생각은 비합리적 신념이다. 비합리적 신념이 교육을 망쳐서는 안 된다. 교육은 교육적인 합리성과 절차, 사제 간의 이해와 교통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체벌을 하느니 차라리 아이들의 자생적 교육력을 믿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필자가 늘 강조하듯 기다림은 교육적 숙성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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