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41. 청주 '그랑프리안경' 신형식 씨

항상 밝은 얼굴로 고객을 만나는 신형식 씨가 고객이 선택한 안경테에 렌즈를 끼우며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앞을 못보는 사람이 없도록, 흐릿한 세상을 잘 보이는 세상으로 만들고 싶어요."

청주시 상당구 문화동 '그랑프리안경' 신형식(57) 씨는 안경에 대해 '필수품'이자 '패션 아이템'이라고 강조했다.

청주토박이인 그는 한때 청주에서 4개의 안경점을 운영하며 승승장구하던 안경사였다. 깊은 실패의 아픔을 맛본뒤 4년전부터 '그랑프리안경점'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안경은 '눈'입니다. 눈처럼 중요한 건 없죠. 현대인들은 일도 많고, 피로도 심해서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는데 한번 나빠진 시력은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호안경을 쓰면 시력이 더이상 나빠지지 않아요."

등산, MTB, 마라톤 등 레저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스포츠고글도 인기를 끌고 있다. / 김용수

보호안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력의 '최대 적'은 자외선과 미세먼지라고 피력했다.

"봄철 황사, 미세먼지가 점점 심해지는데 선글라스가 보호안경으로 제격입니다. 자외선 차단효과뿐만 아니라 눈 보호, 멋내기용으로도 좋아요. 4계절 필수품입니다."

청주시내 안경점은 150~180개 내외. 매년 늘고 있는 추세로, 도시규모에 비해 많은 편이다.

"경제가 어두우면 안경시장도 어두워요. 경기가 어려우니까 우리도 힘들죠."

하지만 신 씨는 희망을 품는다. 선글라스를 애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스포츠인구가 늘면서 스포츠고글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TV,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노출되는 아이들이 늘면서 안경착용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콘택트렌즈 역시 미용용도로 많이 나가고 있다.

신형식 씨가 시력검안기를 이용해 고객의 정확한 시력을 측정하고 있다. / 김용수

"40대 이후이면 노환으로 홍채조절력이 떨어져서 돋보기(근용안경)를 꾸준히 찾아요. 사회생활을 오래 하니까 노인들만 돋보기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안경은 패션아이템으로 빼놓을 수 없다. 안경 하나만으로도 이미지 메이킹과 변신이 가능하다.

"안경은 모양도 중요해요. 얼굴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지적여 보이게 만들 수 있거든요."

국내에 안경점이 처음 등장한 1920년대에도 당시 안경은 액세서리 개념이었다. 개화기의 상징물로서 안경을 착용하고 있으면 지식층으로 보였다.

"안경은 유행주기가 짧아요. 3~4년마다 바뀌죠. 지난해 동그랗고 얇은 테의 일명 '문재인 안경'이 유행했는데 지금은 동그란테랑 반뿔테가 인기에요."

패션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다양한 디자인의 안경을 판매하고 있는 신형식 씨가 안경을 살펴보고 있다. / 김용수

신 씨가 안경과 인연을 맺은 지는 34년. 고등학교 졸업 직후였다. 첫 시작은 부산이었고, 말단직원이었다. 부산을 시작으로 10년동안 청주, 서울, 강원도 등을 돌며 일을 배운뒤 1992년에야 자신의 가게를 오픈할 수 있었다.

청주시 북문로2가 옛 상당예식장 맞은편에 '국제안경원'을 열어 1999년까지 운영했다. 이와 동시에, 1992년부터 2001년까지 10년간 청주시 송정동 지금의 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인 당시 LG반도체 안에서도 안경점을 운영했다.

"안경점 일은 사람들이 세상을 밝게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기 때문에 뿌듯함과 성취감이 있어요. 시력에 맞는 안경을 쓰고 "잘 보인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요."

청주시 성안길에 위치한 '그랑프리안경점' 내부 모습. 성안길이라 매장을 찾는 고객층이 다양하다. / 김용수

이후 1999년 지인과 동업해 '아이뱅크안경원'을 차려 승승장구하며 성공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청주 성안길, 충북대 정문, 사직사거리, 옛 청주고속버스터미널자리 등 안경점을 4개까지 늘려가며 몸집을 키워갔다. 하지만 달콤함도 잠시. 2002년 봄, '쓰라린' 부도를 맞았다.

"점포 4개가 부도가 나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4~5년간 시련기를 겪었죠. 저만 아픈 게 아니라 동업자들이 다 아팠어요."

신 씨는 부도를 맞은뒤 모든 걸 내려놓고 경남 창원으로 내려갔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마음수양의 시간을 가진뒤 다시 청주로 돌아와 재기를 꿈꿨다. 청주시 금천광장에서 안경점을 열었다가 닫고 '그랑프리안경'에 합류하게 됐다. 

지인과 가게를 맡은지 올해로 4년, '세계사안경'에서 '그랑프리안경'으로 간판을 새로 달았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뒤로는 더 '여유'가 생겼다.

"실패를 하고 나서 '인생공부'를 많이 했죠. 그 뒤로는 큰 욕심 안내요. 바람이 있다면 사업을 늘려가기보다는 한 곳을 알차게 운영해서 매출을 높이고 싶어요. 봉사하면서 사회환원도 하고 싶고요."

신 씨는 15년간 꾸준히 경로당에 돋보기를 기부해왔다. 일년에 500개씩 두차례 노인들에게 '눈'을 '선물'해왔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신념을 15년 전부터 몸소 실천해왔던 것이다.

"가게에 오시는 어르신들 중에 돈이 없어서 돋보기를 못하시는 걸 보면서 가슴이 움직이더라고요. 그래서 기부를 마음먹게 됐어요."

시력검사를 마치면 시험안경테를 이용해 최종 도수 안경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 김용수

어르신 돋보기 기부는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 생각에, 어르신들의 흐릿한 눈을 밝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다. 15년간 이어오다가 잠시 중단했는데 내년부터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안경점에 대해 '희망'이라는 키워드로 비유했다.

"안경점에 저의 '미래'가 있고, 실패를 겪은뒤 다시 시작한 거니까 인생의 '희망'을 봅니다."

앞으로는 꽃길만 걷자.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신형식 씨의 바람이다. 실패없는 인생은 밍밍하다. 실패속에서 다시 피어난 '희망'이 더 아름답고 강한 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