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소상공인] 42. 충북서 가장 오래된 금은방, 청주 남문로 1가 '정오당'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금은방 '정오당'은 70년간 같은 자리(청주시 남문로1가)를 지켰다. 김문식·오최자 부부는 항상 정직한 믿음과 밝은 얼굴로 손님을 대해 경기불황에도 매출이 꾸준하다. 1948년 김문식 사장의 아버지 故 김홍길씨가 시계수리점으로 시작한뒤 금은방으로 전환했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since 1948'.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구다. 올해로 70년 된 '정오당'은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금은방이다.

'70년 전통' 이라는 말에 낡은 간판과 오래된 집기류, 유행 지난 인테리어를 생각했다면 오산. 청주 성안길에서 육거리시장으로 들어가는 지점에 위치한 정오당(청주시 상당구 남문로1가)은 여러차례 리모델링을 거쳐 현대식 분위기를 입혔다. 김문식(59)·오최자(59) 부부가 정겹게 손님을 맞이한다.

"아침 8시 반에 문 열어요. 남들은 10시에 가게 문 열지만. 한가할 시간이 없어요. 저녁에는 8시반에 문 닫는데 10년 전만 해도 밤 10시까지 영업했어요. 장사가 잘 돼서요."(오최자 사장)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찾아오는 이들은 하루종일 끊이질 않는다. 70년간 맺어진 단골 덕분일까, 사장님의 정감어린 운영노하우 덕분일까. 가게에 사람이 들어오기 무섭게 오최자 사장은 요구르트를 하나씩 슥 건넨다. 반가운 인사이자 '정(情)'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손님호칭은 "언니"다. 나이가 더 많든 적든 무조건 다 "언니"다.

'정오당'의 70년 운영 비결로 김문식·오최자 사장 부부는 정직, 믿음, 친절을 꼽았다. 김문식·오최자 부부가 밝은 얼굴로 단골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다. / 김용수

"금은방에 가면 다들 조심스러워서 편하게 물건을 못 보겠다고들 하는데 우리 가게는 손님들이 다 편하다고 해요. 편하게 물건을 볼 수 있다고, 편하게 대해준다고…."(오최자)

정오당은 지금의 자리에서 70년을 굳게 지켰다. 경기불황에도, IMF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더 좋은 곳으로 이전도, 확장도 욕심내지 않았다. 김문식 사장의 아버지 故 김홍길씨가 시계수리점으로 운영해온 '정오당'을 문식씨가 맡으면서 금은방으로 전환했을 뿐이다.

아버지의 가게는 지금 13평(42.9㎡)의 반쪽에 불과했다. 선친은 당시 못 고치는 시계가 없을 정도로 손기술을 인정받은 시계수리공이었다.

"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한 상이용사에요. 다리를 다치셨는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시계수리를 하셨어요. 일제시대때 일본사람에게 직접 시계수리기술을 배우셨어요. 기계시계는 못 고치시는 게 없었어요."(김문식)

'정오당'은 김문식 사장의 선친이 지금 공간의 반쪽에서 1948년 시계수리점으로 시작했다. 김 사장도 군 제대 후 시계수리기술을 배워 아버지 일을 도왔었다. 시계수리 수요가 줄면서 요즘은 간단한 수리만 하고 있다. 김문식 사장이 손목시계를 손보고 있다. / 김용수

김 사장은 군 제대후 25살때부터 아버지가게에서 시계수리기술을 배우며 일했다. 5년뒤인 1990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게를 혼자 맡게 된 것이다. 어느덧 28년이 흘렀다.

"아버지 지인분들이 가끔 오시기도 하고, 옛날 그 정오당이 맞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신데 반갑죠. 열심히 일하시던 아버지 뒷모습이 그리워요. 생전에 계셨으면 올해 88세이신데…"(김문식)

선친께서 늘 "정직하게 살라"고 얘기하셨단다. 부부는 이 약속을 늘 실천해왔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정오당을 '정직한 가게'라고 자랑했다. 70년 운영비결로도 정직과 믿음, 친절을 꼽았다.

"항상 믿음으로, 정직하게 해드리는데 손님들이 이런 제 마음을 알아줄 때 고맙고 기분좋아요."(오최자)

1948년 오픈해 70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정오당'은 청주시 상당구 성안길에서 육거리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해 있다. '정오당'이라는 이름은 하루의 가장 밝고 강한 정오의 빛이 비춘다는 의미다. / 김용수

'정오당'의 이름에는 하루 중 가장 밝고 강한 낮 12시 정오의 빛과 가장 활동력이 왕성한 정오의 기운이 담겨있다. 선친이 손수 지은 이름이다.

"'정오'는 밝은 빛이 안에까지 뻗힌다는 뜻의 성경구절이 있어요. 대낮에 햇빛이 가장 밝고 강하니까 정오처럼 밝은 빛이 가게를 비춘다는 의미에요.이름 덕분인지 가게에 안좋았던 일이 한번도 없었어요."(김문식)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손님은 꾸준하다. 1년중 봄~여름이 가장 바쁜 시즌이다. 결혼이 줄면서 예물은 많이 줄었지만 돌반지는 꾸준하게 나간단다.

"순금 위주로 많이 나가요. 금은 변하지 않고, 시세도 뚝뚝 안 떨어지니까 꾸준히 나가요. 여름에는 팔찌, 봄에는 반지랑 결혼예물이 많이 나가요."(오최자)

청주토박이인 김 사장은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봉사경력만 20년이다. 지난해부터는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충북지사협의회장을 맡아 가게를 비우는 날이 잦아졌다. 한국귀금속중앙회 충북지부 도지부장도 맡고 있다. 빈 자리는 아내의 몫이다. 아내가 가게일을 함께 한지는 20년이 됐다.

올해로 70년 된 정오당은 몇 차례 리모델링을 거쳐 최신시설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 김용수

"저는 가게 때문에 꼼짝도 못해요. 제 시간이 없어서 힘들죠. 가게 맡고 초창기에는 힘들어서 두번이나 그만두려고 했었어요."(오최자)

정오당은 한달에 두번, 첫째·셋째 화요일에 쉰다. 하루 12시간 영업에 지칠만도 하다.

지금까지 걸어온 70년, 정오당은 앞으로 '100년 역사' 향해 나가고 있다.

"역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70년 역사를 버리기는 아깝고 '100년 금은방 역사'를 세우고 싶어요. 아들에게 물려줘 대를 잇고 싶은데 아들의 의사가 중요하니까 저희가 최대한 노력해야죠."(김문식)

부부는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큰 아들은 서울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둘째 아들은 요리사다.

하루의 가장 밝고 강한 '정오'의 기운이 '정오당'의 100년 역사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정오당은 예물용 반지와 목걸이부터 돌반지, 황금열쇠, 팔찌, 시계 등 다양한 귀금속을 맞춤 판매한다. 충북에서 가장 오래됐다.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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