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꿈꾸던 아들 '충북 첫 수건집' 가업 이어
판사 꿈꾸던 아들 '충북 첫 수건집' 가업 이어
  • 김미정 기자
  • 승인 2018.03.25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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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소상공인] 43. 서문동 '송월타월' 오충열·신순복 사장
40년간 '수건'과 함께 해온 '송월타월 청주점' 오충열 사장과 어머니 신순복 여사가 생활필수품인 수건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에서 40년간 함께한 '송월타월 청주점'은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수건판매점이다. / 김용수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판사를 꿈꾸던 서른두살의 청년은 '판사봉' 대신 '수건'을 선택했다. 13년이 지난 지금,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청주시 상당구 서문동에서 올해로 40년 된 '송월타월 청주점'을 운영하는 오충열(45) 사장은 '판사' 대신 '사장님'이 됐다. 청주대 법대 졸업후 서울서 5년간 사법고시 공부를 하다가 고향인 청주로 내려왔다. 가업을 잇기 위해서였다.

"집안에 아들이 저 하나인데 가업을 물려받는 건 당연하죠.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제 선택을 후회해본 적은 없습니다."(오충열)

오 사장은 2년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 신순복(67) 사장과 함께 연중무휴 즐겁게 일하고 있다.

"사시공부 잘 하고 있는 애한테 내가 자꾸 가게일 물어보니까 "엄마, 내가 도와줄게" 하면서 청주로 내려오더라고요. 아들이 도와주니까 든든하긴 한데, 마음 한편이 아파요, 지금까지도…."(신순복)

오충열 사장이 납품할 수건에 글자를 찍는 나염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 김용수

오 사장이 아버지 일을 돕기 시작한 건 스물다섯이었다. 당시에는 종업원이었다. 이후 서른 둘, 가게를 넘겨받았다.

"타월 하면 송월타월이잖아요. 집집마다 송월타월 수건 없는 집이 없잖아요. 일단, 품질이 좋고 인지도가 높으니까!"(오충열)

가업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고, 송월타월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한달에 4만장에서 5만장 정도 팔아요. 성수기에는 많게는 7만장까지 나가고요. 본사에서 하루 평균 1천장씩 내려와요."(오충열)

송월타월 청주점에서는 다양한 컬러와 사이즈, 디자인의 수건을 판매하고 있다. / 김용수

오 사장은 매일 새벽 7시에 출근한다. 주문에 서류정리, 물건 받기, 배달, 거래처 영업 등 하루가 바쁘다. 봄철 등산, 체육대회, 야유회, 근로자의 날(5월1일) 등을 앞두고 요즘이 가장 바쁠 시기다.

"요즘이 성수기 시작이에요. 4~5월 행사 주문이 들어오니까. 봄, 가을이 일년 중 가장 바쁘죠."(오충열)

타월장사는 1976년 시작했다. 당시에는 수건, 속옷, 스타킹 등 잡화를 같이 취급했다. 이후 1978년 8월 25일부터 '송월타월 충북대리점'을 운영했다. 충북의 '첫' 수건집이었다. 지금은 충북에서 가장 '오래된' 수건집이다.

송월타월 청주점의 첫 시작은 옆옆가게에서 20평짜리 셋방살이로 출발했다. 이후 1992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고, 두 번의 확장을 거쳐 100평으로 넓혔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년이나 됐네요. 매출은 꾸준히 늘었어요. 1980~1990년대가 가장 잘 됐던 것 같아요. 성수기에는 밤 12시까지 며칠씩 밤 새워가며 일했죠."(신순복)

송월타월 청주점에서는 다양한 컬러와 사이즈, 디자인으로 제작된 수건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도 수건 1장당 2천원부터 8천원까지 다양하다. / 김용수

한때 직원을 8명까지 두었지만 지금은 두명으로 줄였다.

"청주공단이 저희랑 같이 생겼는데 청주방직, 맥슨전자, 금성계전 등이 없어지면서 우리도 거래처가 없어져 매출이 줄었죠. 지금은 음성 대소 산단, 오창산단, 오송 등이 있어서 매출을 유지하고 있어요."(신순복)

신 사장은 1974년 스물셋에 결혼해 19 76년부터 남편과 수건장사를 해왔다. 녹록치는 않았다.

"네 살 배기(오충열 사장)랑, 두 살 젖먹이 등에 업고 가게 일 시작했어요. 내 평생을 여기에 다 바쳤죠. 이 가게 사면서 7억원을 빚졌었는데 그 빚 다 갚았을 때 내 평생 제일 기분 좋았어요. 10년이나 걸렸네요."(신순복)

오충열 사장이 납품할 수건을 선물용 박스에 담아 포장하고 있다. 봄·가을이 1년 중 가장 바쁠 시기다. / 김용수

어머니 신 사장이 가게의 '안살림'을 맡는다면, 아들 오 사장은 영업, 배달, 거래처 관리 등 '바깥일'에 주력하고 있다. 오 사장의 영업스타일은 직접 찾아다니면서 먼저 노크하는 전략으로, 남다른 친화력과 적극성으로 거래처가 50곳이나 늘었다.

"제가 '을' 입장인데 오히려 거래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편이에요. 소위 '무대포'죠.(웃음) 당장 거래가 성사 안되더라도 친분을 쌓다보면 나중에 연락이 먼저 오더라고요."(오충열)

서울의 모 대기업 본사와 수건 2만장 거래를 따내기도 했다. 액면가로 1억원. 3번 찾아가 3번만에 '오케이'를 받아냈고, 지금까지 10년째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수건 취향도 다양해졌다. 요즘은 그레이, 브라운 등 짙은 컬러가 유행이고, 실 두께와 짜임새, 자수 등에 따라 수건스타일도 달라진다. 좋은 수건은 잘 닦이고, 흡수력이 좋고, 부드러운 소재라고 오 사장은 조언했다.

"일반 타월은 면 소재인데 요즘은 '뱀브 얀'이라고 해서 대나무 섬유로 만든 타월이 흡수력이 좋고 촉감도 좋아요. 고가이지만 인기입니다."(오충열)

송월타월 청주점은 지난해 연말부터 호텔컬렉션 런칭을 시작했다. 오충열 사장이 호텔컬렉션 사업의 고급화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용수

가격대는 수건 1장에 2천원부터 8천원까지 다양하다. 요즘은 고급스러운 수건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송월타월 청주점은 그랜드플라자 청주호텔, 충주 수안보 상록호텔, 떼제배 골프장 등에도 수건을 납품하고 있다.

오 사장은 올해 가을께 인터넷 쇼핑몰 오픈을 준비중이다. 젊은층을 타깃으로 고급화 전략을 쓸 계획이다.

"타월 장사가 지역적 경계가 없어졌어요. 온라인 때문에. 저희도 인터넷쇼핑몰 사이트 개설을 준비하고 있어요. 젊은 고객층이 늘어날 것이고, 매출도 더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오충열)

오충열 사장과 어머니 신순복 여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2살 때 사법고시를 접고 본격적으로 가게일을 시작한 오 사장은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 김용수

어머니 신순복 사장의 소망은 새 건물을 아들에게 '선물'하는 것.

"건물이 오래돼서 부수고 새 건물을 올려서 아들에게 주고 싶어요. 이 일대가 개발될 것이라는 소문만 돌고 추진이 안돼서 공사를 할 수가 없네요."(신순복)

가로 80㎝에 세로 40㎝의 네모난 수건 오충열·신순복 사장은 오늘도 그들의 인생과 꿈과 미래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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