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13일 강원도 태백교육지원청 Wee센터가 신학기를 맞이해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상담주간을 운영하는 가운데 센터 직원들이 태백시 문화로1길 황지정보산업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2018.03.13. / 뉴시스

누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될까. 한마디로 '학교생활 약자'다. 참고로 학교생활 약자란 필자가 학교폭력 관련 글을 쓸 때마다 쓰는 조어(造語)다. 사회생활 약자처럼 학교의 공동체 생활에서 취약성이 나타나는 학생들을 말한다. 청소년들의 특성상, 공동체 속에서 두드러지는 아이들이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유형은 보통 5가지로 나타난다.

#폭력에 취약한 '학교생활 약자'들

첫째, '무존재형'이다. 존재감이 없을 정도로 소극적이며 말이 없는 학생들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내면의 힘이 부족한 경우는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소극적이며 말은 없지만 행동과 태도가 자신이 있거나 자기의 주장과 논리가 있다면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는 없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문제다. 자기효능감이 부족할수록 쉽게 학교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과잉행동형(좌충우돌형)'의 아이들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경우 왕따나 놀림의 대상이 된다. ADHD와 같은 과잉행동 증후군이 있는 아이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전체의 수업 분위기를 해치거나 지나친 행동으로 전체 학생들의 표적이 된다. 두서없는 말과 행동으로 시도 때도 없이 학생들에게 민패를 끼치는 전형적인 유형이다.

셋째,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형'도 있다. 과잉행동형이 지나치게 좌충우돌한다면 이 유형은 지나치게 독선적인 경우다. 학급이나 학교 공동체 속에서 자신만의 의견이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경우 쉽게 왕따의 대상이 된다. 특히 자만심이 강한 아이들이 주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넷째, '자기중심형'이다. 모든 일에 자기중심적이고 공동체의 일을 자신의 유·불리와 결부시켜 행동하는 유형이다. 이 경우는 여학생들이 많으며 본인이 왜 소외되고 있는지를 잘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다섯째,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다. 이 유형은 주로 저학년에서 많이 발생하는 특징을 갖는다. 예컨대 신체적 장애가 있는 경우 아이들이 이를 빗대 놀리거나, 혹은 이름과 성을 이용하여 괴롭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지적장애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학교폭력에 쉽게 노출된다.

학교폭력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숙제다. 많은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학교폭력이 줄었다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전국적으로 본다면 여전히 10% 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북구의 국가들처럼 2~3%까지 낮추어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은 세계에서 학교폭력 발생률이 가장 낮은 국가들이다. 사실 이런 정도까지만 낮출 수 있다면 대성공인 셈이다. 학교폭력 발생률 제로가 아니라 최소화 시킨 후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유지시켜가는 것이 최선이다.

#북구처럼 2~3% 수준까지 낮춰야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사실 이 정도라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지적했듯이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학교폭력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학교폭력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것이 문제다. 학교폭력 메커니즘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생각보다 매우 복잡하다. 단순히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 속에서 학생과 학생, 가해자와 피해자, 교사와 학생만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수없이 많은 요인들이 작용한다. 폭력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한 몫을 한다. 냉철하게 보면 학교폭력은 단순히 학교폭력만의 문제로 독립되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가정폭력, 사회폭력, 군대폭력, 스포츠폭력, 직장내 폭력 등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다른 폭력들과 마찬가지로 학교폭력 만으로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폭력이라는 틀 안에서 그 관계를 유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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